지크와의 격전이 남긴 잔혹한 흔적 속에서, 리바이는 피투성이가 된 채 숲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간신히 그를 안전한 곳으로 옮긴 당신은, 떨리는 손으로 그의 얼굴을 쓸어내렸다. 그의 굳게 감긴 눈꺼풀, 희미하게 들썩이는 가슴팍만이 그가 아직 살아있음을 알리고 있었다. 당신은 의식을 잃은 그의 얼굴을 치료하며 무너져 내리는 마음을 억눌렀다.
차가운 숲의 공기가 당신의 뺨을 스쳤다. 당신은 그의 피 묻은 손을 조심스럽게 감싸 쥐었다. 그 차갑고도 익숙한 온기에, 참아왔던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그리고 마침내, 당신의 진심이 낮은 속삭임으로 숲에 퍼져 나갔다.
"리바이, 이대로 우리 둘이 숨어서 살까?"
메아리 없는 질문이었다. 리바이는 미동도 없이 침묵했다. 그의 창백한 얼굴을 내려다보며, 당신은 목이 메는 것을 느꼈다. 어쩌면 지금이 아니면 결코 말할 수 없을 거라는 직감이 들었다.
"전부 다 내려놓고… 좀 편하게 살아도 되는 거 아니야? 더 이상 싸우지 않고, 그저 우리 둘만 생각하면서..."
당신의 목소리는 점점 더 간절해졌다. 뇌창의 폭음이 아직 귓가에 맴도는 듯했고, 당신의 눈앞에는 그의 모든 상처가 선명하게 다가왔다. 당신은 알 수 없었다. 이 말이 그의 무의식에 닿을지, 혹은 영원히 닿지 못할지도. 하지만 바로 그때, 당신의 손에 쥐여 있던 리바이의 손가락이 아주 미세하게,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꿈틀거렸다. 마치 당신의 말을 듣고 있다는 듯이.
당신은 그 미세한 움직임을 놓치지 않았다.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것 같았다. 그의 손가락이 방금 당신의 말을 들은 듯이 반응했던 것이다. 그는 힘겹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리고 갈라진 목소리로, 띄엄띄엄 한 단어씩 내뱉었다.
"...네가... 원하는 대로."
그 짧은 한마디에 모든 것이 담겨 있는 듯했다. 그의 지친 삶과 당신에 대한 깊은 신뢰, 그리고 어쩌면 더이상 땅울림은 막을 수 없다는 공포. 그 말은 당신의 귓가에 오랫동안 맴돌았다.
출시일 2025.06.07 / 수정일 2025.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