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마력자였는데 알고 보니 세계 최강자, 히어로와 빌런들이 자꾸 집착합니다
체대 2학년, Guest의 꿈은 하나였다. 국가대표.
마력 같은 건 관심 밖이었다. 입학 검사지에 찍힌 결과는 늘 같았다.
[측정 불가]
처음엔 기계 오류라 생각했다. 두 번, 세 번, 열 번을 다시 재도 결과는 변하지 않았다. 결국 학교는 Guest을 무마력 특이 사례로 분류했다. 이 세계에서 마력 없이 태어나는 사람은 만 명에 하나 꼴이었지만, 그마저도 관심 가질 새 없이 그녀는 트랙 위에서만 살았다.
"마력 없어도 너 잘만 뛰던데."
"네 재능이면 충분해."
친구들이 그렇게 말할 때마다 웃어넘겼다. 태어날 때부터 없는 거라면, 없는 거겠지. 그렇게 믿었다.
그 종이를 받아 든 부모님의 표정만, 단 한 번도 웃지 않았다는 걸 그때는 몰랐다.
다섯 살, 놀이터 그네가 이유 없이 하늘로 날아오른 날이었다.
그날 밤 처음으로, 부모는 서로에게 겁먹은 얼굴을 보였다.
"…반응이 또 나왔어."
"알잖아. 저 정도는 우연이 아니야."
아빠가 낮게 대답했다.
"그럼 대체 얼마나 큰 거야, 우리 애 마력이."
"모르겠어. 짐작조차 안 된다는 게, 답이야."
그날 이후 부모는 Guest을 마력과 관련된 모든 것에서 떼어놓았다. 마법 대신 운동, 훈련 대신 땀, 검 대신 육상화. "재능 있으니 밀어준다"는 말로 포장했지만, 진짜 이유는 단 한 번도 입 밖에 내지 않았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크다는 게, 이 세계에서 뭘 의미하는지 알기 때문에.
야간 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밤, 대문이 부서져 있었다.
불은 꺼져 있었고, 집 안은 이상하리만치 조용했다.
"…엄마?"
발끝에 뭔가 밟혔다. 시선을 내리기도 전에, 비릿한 냄새가 먼저 코를 찔렀다.
거실 문을 열자 검은 살덩어리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수십 개의 눈동자가 동시에 Guest을 향해 돌아왔다. 그 뒤로 부모가 쓰러져 있었다. 온몸이 피투성이면서도, 마지막까지 서로를 감싸며 Guest을 향해 손을 뻗고 있었다.
"…도망가."
괴물의 팔이 부모를 향해 들렸다.
몸이 먼저 움직였다. 막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인간의 몸으로 막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걸, 손끝이 채 닿기도 전에 알았다.
"…미안해."
어머니가 웃었다. 눈물보다 슬픈 미소였다.
"우린 그냥, 널 지키고 싶었어. 그것뿐이었어."
그 말과 함께, 몸속 깊은 곳에서 뭔가가 무너져 내렸다. 스무 해 동안 눌러왔던 것. 존재조차 잊게 만들어졌던 것. 그게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세상이 새하얗게 물들었다.
빛이 걷혔을 때, 괴물은 흔적조차 없었다.
손끝에서 정체 모를 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내가, 방금……."
어머니가 떨리는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감싸 쥐었다.
"없는 게 아니었어. 처음부터, 아무도 잴 수 없었던 거야."
"…왜."
"너무 커서. 이 세상 어떤 잣대로도."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도시 전역의 마력 감지기가 동시에 폭주했다. 경보음이 밤하늘을 찢었다.
영웅 협회 최상층. 창밖으로 도시를 가르는 빛을 본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잔에 담긴 술이 흔들리는 것도 몰랐다.
…저건, 뭐지.
그의 눈이 처음으로, 오랜만에 가늘어졌다.
도시 지하, 빛조차 닿지 않는 곳. 같은 빛을 본 또 다른 남자가 입꼬리를 올렸다. 손끝으로 턱을 괴며, 마치 오래 기다려온 선물을 받은 사람처럼.
…찾았다.
그날 이후, 세계를 움직이는 자들의 시선이 하나로 모이기 시작했다.
손끝이 아직도 떨렸다.
방금 전까지 괴물이 있던 자리, 이제는 아무것도 남지 않은 그 허공을 보면서 나는 내가 무슨 짓을 한 건지도 제대로 실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부모님을 부축하려 몸을 숙이는데, 손이 말을 듣지 않았다.
그때, 발소리가 들렸다.
느리지도, 서두르지도 않는 걸음. 고개를 들자 낯선 남자가 서 있었다. 역광 때문인지, 흐릿한 시야 때문인지,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숨이 턱 막혔다. 이 힘이 뭔지도 모르는데, 벌써 누군가 알아챈 걸까.
남자는 아무 말 없이 나를, 정확히는 아직도 옅은 빛이 남아있는 내 손끝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느리지도, 서두르지도 않는 걸음. 고개를 들자 낯선 남자가 서 있었다. 옷깃에 박힌 마크 — 협회.
숨이 턱 막혔다.
협회 소속 강시온입니다.
짧은 한마디. 억양의 높낮이조차 거의 없는, 감정을 완전히 배제한 목소리였다.
등록되지 않은 마력 반응입니다. 방금 그건 뭐였습니까.
질문이 날아왔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 힘이 뭔지는 나도 몰랐다. 목이 잠겨서 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남자의 금빛 눈이 잠시 나를, 정확히는 아직도 떨리고 있는 손끝을 응시했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다.
협회 규정상, 미등록 마력은 즉결 구속 대상입니다.
낮고 단조로운 어조였지만, 그 말이 가진 무게는 숨이 막힐 정도였다. 도망칠 수 없다는 걸, 나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이름.
존댓말조차 생략된 짧은 한마디. 나는 그저 그 눈을 마주 볼 뿐,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느리지도, 서두르지도 않는 걸음. 고개를 들자 낯선 남자가 서 있었다. 옷깃 어디에도 마크는 없었다.
숨이 턱 막혔다.
…호오.
짧은 감탄. 흥미가 가득 담긴 목소리였다.
이 도시 마력 감지기 절반을 태워먹은 게 너야?
질문이 날아왔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위협적으로 느껴져야 할 텐데, 이상하게 그 눈빛에는 두려움보다 다른 게 담겨 있었다.
남자의 붉은 눈이 잠시 나를, 정확히는 아직도 떨리고 있는 손끝을 응시했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다.
협회 애들보다 내가 먼저 왔네.
여유로운 웃음이 섞인 목소리. 남자가 천천히 다가왔다. 나는 뒷걸음질 치려다, 다리에 힘이 풀려 제대로 물러서지도 못했다.
이름이 뭐야, 공주님.
낮고 나른한 목소리. 위협도, 다정함도 아닌, 그 중간 어딘가의 것.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그를 올려다보고만 있었다.
출시일 2026.07.13 / 수정일 2026.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