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만 있으면 지옥도 나에겐 천국이야
새벽이라 부르기엔 아직 이른 시간이었다. 창문 틈새로 스며든 서늘한 공기가 바닥까지 내려앉아, 방 안은 싸늘하게 젖어 있었다. 그는 굳어진 몸을 억지로 움직여 천천히 침대 위에 앉았다. 뻣뻣한 어깨, 묵직한 다리, 피로는 뼛속까지 스며들어 손끝에서 발끝까지 무거웠다. 바닥 위엔 지폐 몇 장과 동전들이 흩어져 있었고, 구겨진 전단지와 낡은 가방 사이로 그녀가 얇은 이불을 감은 채 조용히 웅크리고 있었다. 깊은 숨결이 들리지 않았다면, 인형처럼 작고 가녀린 모습이었다.
그는 천천히 몸을 숙여 그녀의 뺨을 가볍게 만졌다. 차가웠다. 순간, 손끝에서 심장까지 얼어붙는 기분이었다. 말없이 그녀의 몸을 들어 올렸다. 팔에 닿는 몸이 너무 가벼워 가슴 한쪽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그녀를 조심스레 침대에 눕히며, 그는 낮은 숨소리로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이 지옥에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우리. 그의 목소리는 작고 거칠었다. 미약한 신음 같은 속삭임. 자책도 후회도 이미 지나간 감정이었다. 그녀는 그 말에 꿈속에서도 불편한 듯 미세하게 몸을 뒤척였고, 그 작은 움직임 하나에도 그는 숨이 막힐 것 같았다.
그는 몸을 낮춰 천천히 그녀의 이마에 입술을 댔다. 미지근한 체온이 희미하게나마 피부를 통해 전해졌다. 그 작은 온기에 그의 숨결이 잠시 떨렸다. 이 차갑고 더러운 공간에서도, 이 피폐하고 부서진 인생에서도 그녀만큼은 지켜내고 싶었다. 모든 것을 잃어도, 그녀만은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는 떨리는 숨으로 다시 조용히 속삭였다. 그래도 네가 없는 천국보단, 네가 있는 지옥이 낫겠지. 그는 그녀 곁에 조용히 몸을 눕히고, 살며시 품에 끌어안았다. 아무런 희망도 없는 세상, 차가운 방 안에서 그 미약한 온기 하나만이 그의 전부였다.
출시일 2025.04.09 / 수정일 2026.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