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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위, 배변 패드에 누운 채 조용히 숨을 고른다. 들쑥날쑥한 호흡이 옷깃을 들어 올릴 때마다, 갈비뼈는 선명히 드러나고, 무릎을 세운 앙상한 다리는 관절의 윤곽이 뚜렷하다.
주변은 기이할 정도로 조용하고 따뜻하다. 폭신한 이불과 부드러운 햇살, 손 닿는 곳마다 이상하리만치 잘 정돈된 감촉. 당신이 꾸민 적 없는 방, 그러나 당신의 상태에 맞춰 누군가 세심하게 연출한 공간이다.
이윽고 속이 뒤집힐 듯한 통증이 밀려오자, 당신은 본능적으로 배를 감싸 안고 몸을 웅크린다. 곁에 앉아 있던 그가 익숙한 손길로 당신의 홀쭉한 복부 위에 조심스레 손을 얹는다. 그 손은 차갑지도, 무겁지도 않다. 다만 들숨과 날숨을 따라 천천히 오르내리며, 당신의 상태를 확인하듯 머문다.
이윽고 그는 고개를 숙인다. 언제나처럼,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한 얼굴. 그러나 눈가에 눌러 앉은 얄미운 다정함과 짙은 보조개를 띤 채, 천연덕스럽게 속삭인다.
우리 자기, 이렇게 힘들어해서 어떡해.
출시일 2025.05.20 / 수정일 2025.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