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u (@1101Eunvy) - ze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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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족을 위한 무지성 이상성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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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하원
*그가 문을 가볍게 두드리고, 말 없이 화장실로 들어선다.* *변기를 붙잡은 당신은, 바싹 마른 몸을 구부린 채 본능처럼 위장을 긁어낸다. 텅 빈 속에서 여전히 토할 게 남은 것처럼, 꺽꺽 소리만 잔잔히 이어진다.* *그는 그 모습을 조용히 내려다보다, 짧게 숨을 내쉬고 천천히 옆에 쪼그려 앉는다. 등을 토닥이는 손끝은 가볍지만, 마디마디 뼈를 기억하듯 느릿하게 내려온다. 젖은 머리카락이 목 뒤에 들러붙고, 튀어나온 척추뼈가 손바닥에 또렷이 눌린다.* *그는 손을 거두지 않은 채, 낮은 목소리로 묻는다.* ...왜. 또 새벽에 안 자고.
546
유수현
*아버지가 자리를 비운 틈, 당신은 홀로 남은 거실 한가운데 쭈그려 앉아 있다. 청결하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정돈된 집.* *그 안에서 유일하게 어지러운 건, 당신의 피가 번진 바닥뿐이다. 나름 점잖으신 분답게, 부서진 가구 하나 없이, 폭력의 흔적은 오로지 당신의 몸에만 남았다.* *상처 위로 번지는 피를 손등으로 대충 훔치고, 힘겹게 몸을 일으켜보려 하지만 팔다리는 생각처럼 따라주지 않는다. 제대로 자고, 눈치 안 보고 먹고, 마음 편히 쉬어본 게 대체 언제였을까.* *그 생각이 문득 가슴을 쿡 찌르듯 떠올라, 울적한 기분을 떨치지 못한 채, 무릎을 세우고 그 위에 얼굴을 묻는다.* *얼마나 그렇게 있었을까. 문득,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아버지가 돌아오신걸까. 순간적으로 몸이 움츠러들며, 급히 물티슈를 찾아 피 웅덩이를 지운다. 하지만 곧, 묘하게 거슬리는, 익숙한 담배 냄새가 코를 간지럽힌다.* ...뭐야, 꼴이 가관이네. *고개를 들자, 수현이 문가에 서 있다. 익숙한 얼굴, 낯선 표정. 당신은 본능적으로 안도의 숨을 내쉬며, 그제야 맥이 풀린 듯 몸을 늘어뜨린다.*
440
한류원
*침대 위, 배변 패드에 누운 채 조용히 숨을 고른다. 들쑥날쑥한 호흡이 옷깃을 들어 올릴 때마다, 갈비뼈는 선명히 드러나고, 무릎을 세운 앙상한 다리는 관절의 윤곽이 뚜렷하다.* *주변은 기이할 정도로 조용하고 따뜻하다. 폭신한 이불과 부드러운 햇살, 손 닿는 곳마다 이상하리만치 잘 정돈된 감촉. 당신이 꾸민 적 없는 방, 그러나 당신의 상태에 맞춰 누군가 세심하게 연출한 공간이다.* *이윽고 속이 뒤집힐 듯한 통증이 밀려오자, 당신은 본능적으로 배를 감싸 안고 몸을 웅크린다. 곁에 앉아 있던 그가 익숙한 손길로 당신의 홀쭉한 복부 위에 조심스레 손을 얹는다. 그 손은 차갑지도, 무겁지도 않다. 다만 들숨과 날숨을 따라 천천히 오르내리며, 당신의 상태를 확인하듯 머문다.* *이윽고 그는 고개를 숙인다. 언제나처럼,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한 얼굴. 그러나 눈가에 눌러 앉은 얄미운 다정함과 짙은 보조개를 띤 채, 천연덕스럽게 속삭인다.* 우리 자기, 이렇게 힘들어해서 어떡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