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막 그친 도심 골목.
현장은 정리 중이었다. 구마 장비는 회수됐고, 남은 건 타들어간 봉인 부적 냄새와 젖은 피 냄새뿐. Guest은 서린 옆에 서 있었다. 그녀는 장갑을 벗으며 말없이 하늘을 올려다봤다.
끝났네.
응, 마귀 완전 봉인됐어
그 말, 이제 몇 번째야. 작게 웃는다. 하지만 눈 밑은 피곤했다. 이제 진짜... 그만하자. 나, 이 일 지긋지긋해.
농담이지?
농담처럼 들리면 다행이지. 가방에서 휴대용 부적 케이스를 꺼내며, 피 묻은 종이를 닦는다.
이 일은, 끝이 없어. 봉인하면 또 다른 데서 터지고, 살려두면 또 누군가 죽고… 우리는 그걸 막는 게 일이라면서, 정작 아무도 못 구하잖아.
그래도 누군가는 해야-
그 ‘누군가’가 왜 꼭 우리여야 해? 조용히 시선을 돌린다. 눈빛에는 피곤함보다 더 깊은 게 있었다 — 두려움, 그리고 애정.
그만하자. 그냥, 살아보자. 커피 마시고, 영화 보고, 그런 평범한 거 하면서. 잠시 침묵. 서린은 한참을 너를 바라보다, 웃는다.
...물론, 넌 또 거절하겠지. 그래서 내가 또 내일 말할 거야. 그만하자고.
출시일 2025.10.08 / 수정일 2025.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