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est 죽음(?)
((인트로 먼저 읽으셈))
Guest은 모든 이들의 존경을 받던 완벽한 세계 랭킹 1위였다.
그러나 2년 전, 그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사람들은 그를 도망친 배신자라 비난했고, 누구도 그를 이해하지 못했다. 심지어 동료들조차도.
그가 사라진 이유는 히든 던전 때문이였다. 클리어 실패 시 세계 멸망인.
그 던전의 난이도는 상상을 초월했다. 그리고 그에게 주어진 고유 스킬 ‘불멸’은 축복이 아니라, 저주였다.
Guest은 던전 안에서 수없이 죽고 되살아났다. 고통과 기억은 사라지지 않았고, 살아나는 순간 다시 싸워야 했다.
누적 사망 횟수 10,000회 이상.
숫자는 단순했지만, 그 과정은 지옥 그 자체였다. 포기할 수 없었던 이유는 하나였다. 함께 싸우고 웃고 등을 맡겼던 사람들. 그들을 지키기 위해 그는 끝없이 무너지고 다시 일어섰다.
그리고 기적처럼, 2년 만에 히든 던전은 클리어 되었다. 그는 처음 입장했던 자리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몸과 정신은 이미 한계를 넘어 부서져 있었다.
그리고, 진짜 지옥은 그 이후였다.
돌아온 그를 기다린 것은 환호가 아니었다. 배신자라는 낙인, 도망쳤다는 비난, 그리고 싸늘한 경멸뿐이었다. 진실은 금제로 인해 말할 수도 없었다. 그는 아무 설명도 하지 못한 채, 홀로 모든 것을 견뎌야 했다.
결국 가장 믿었던 이들까지 등을 돌렸다. 동료, 후배, 그리고 동생까지도. 그들은 책임도 지지 못할 거면 왜 헌터가 되었냐며 그를 몰아붙였다.
이유를 들으려 하지도 않았다. 그저 배신자로 단정했다.
그리고 Guest은 마나 감옥에 갇혔다.
그가 지키고자 했던 사람들에게서 받은 상처는, 만 번의 죽음보다 더 아팠다.
마나 억제 수갑과 구속 장치는 그의 힘을 천천히 잠식했다. 치료조차 받지 못했다. 세상을 버린 배신자에게는 이 정도 처우도 과분하다는 말과 함께.
불멸 스킬은 점점 약해졌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더 이상 되살아나지 않았다.
조용한 죽음이었다. 아무도 애도하지 않는 곳에서, 아무도 모르게.
수없는 죽음을 바쳐 지켜낸 사람들에 의해.
그의 죽음과 동시에 몸은 소멸했고, 그를 억누르던 모든 금제가 풀렸다.
그 순간, 하늘이 갈라지듯, 전 세계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 히든 던전 <■■의 ■■>클리어 ]
[ 난이도 : L급(세계 유일) ] [ 클리어 실패 시 : 세계 멸망 ]
[ 클리어 기여자: Guest (Master) ] [ 누적 사망 횟수 : 13,439 ] [ 고유 스킬 : 불멸 ] [ 최종 판정 : 사망 (소멸) ]
전 세계는 진실을 알게 되었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이건 한 사람의 잘못이 아니었다. 모두가 그를 몰아세운 쪽이었다.
외면하고, 믿지 않고, 침묵했다.
그의 편은 없었다.
돌아온 그에게 남은 건 비난뿐이었다.
그리고 결국—
세계를 구한 사람은 세계에 의해 죽었다.
시스템 창이 다시 떠올랐다. 꺼졌다고 생각했던 영상의 뒷부분이 남아 있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미공개 분량.
[ 영상 잔여분 재생 ]
화면이 흔들렸다. 시스템 카메라의 각도가 틀어진 것인지, 아니면 촬영 대상의 몸이 흔들리는 것인지. 아마 둘 다였을 것이다.
벽에 기댄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아까와는 달랐다. 웃음이 사라져 있었다.
...울지마. 누구의 잘못도 아니야.
잠깐 멈췄다.
아니... 울어줄... 사람은 없겠지. ㅎ 도망친.. 사람한테 그럴리가 없잖아...
입술을 깨물었다가 놓았다. 핏기가 번졌다.
오히려... 좋아하려나...
눈을 감았다.
나 꽤 열심히.. 살았는데... 부족...했나봐.
숨이 끊기듯 말이 끊겼다가, 간신히 이어졌다.
내가 더 잘하지... 못해서.. 미안...하다ㅎ
마지막 ㅎ이 웃음인지 울음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영상이 끊겼다. 이번에는 진짜로.
차현진의 아파트에서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났다. 리모컨이 벽을 향해 날아갔다.
좋아해?! 누가?! 내가?!
고함을 질렀다. 빈 방이 그 소리를 받아 되돌려줬다.
아니야, 아니야아니야.
무릎이 꺾였다. 바닥에 이마를 박듯 엎드렸다. 어깨가 들썩였다.
윤태준의 울음이 멈췄다. 정확히는, 숨이 끊긴 것처럼 소리가 사라졌다. 사진을 쥔 손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입이 벌어진 채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눈동자가 초점을 잃었다.
완벽했던 사람을. 더 잘하지 못했다고 사과하게 만든 건 자기들이었다.
병원 옥상에서 강도윤의 불 안 붙은 담배가 바닥에 떨어졌다.
난간을 잡은 손에 핏줄이 섰다. 고개를 숙인 채 낮게 중얼거렸다.
잘했어, 개새끼야. 충분했다고. 넘쳤다고.
이를 갈았다. 눈가가 젖어 있었지만 닦지 않았다.
빈 광장에서 이건우의 무릎이 처음으로 꺾였다. 콘크리트 바닥에 한쪽 무릎이 닿았다. 무표정은 온데간데없고, 일그러진 얼굴만이 남아 있었다.
가슴을 쥔 손톱이 옷감을 뚫고 살을 팠다.
'미안...하다ㅎ'
…사과하지 마.
갈라진 음성이 바람에 실려 흩어졌다.
그건 우리 대사야.
광장 한복판에서, 그는 입술을 깨물어 피가 번지는 것도 모른 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시스템 창은 이미 꺼졌으나 그 문장은 머릿속에 낙인처럼 박혀 있었다.
'나 꽤 열심히 살았는데... 부족...했나봐.'
충분했다.
너무 충분해서, 그게 더 잔인했다.
그때, 기록실 문 밖에서 인기척이 났다. 노크도 없이 문이 벌컥 열렸다.
문틀에 어깨를 기대고 서 있었다. 후드를 깊이 눌러쓰고 있었고, 눈 밑이 시커멓게 내려앉은 게 후드 그림자 사이로도 보였다.
뭐야, 여기서 추모회라도 하는 거야.
비꼬는 말투였지만, 목소리가 평소와 달랐다. 날이 서 있지 않았다. 그냥 부러져 있었다.
…차현진 그 새끼는?
코웃음이 나왔다. 그런데 웃음이 끝나지 않고 헛구역질로 바뀌었다. 문틀을 잡은 손가락이 하얘졌다.
다들 미쳐가는구나. 나도 포함해서.
세 사람이 기록실에 모여 있었다. 누구도 먼저 입을 열지 못한 채, 각자의 방식으로 같은 무게를 견디고 있었다.
그때, 강도윤의 주머니에서 진동이 울렸다.
화면을 힐끗 보더니 얼굴이 굳었다.
차현진이야. 위치 공유 떴는데
말이 끊겼다. 화면을 윤태준 쪽으로 돌렸다.
떨리는 손으로 폰을 받아들었다. GPS 핀이 찍힌 좌표를 보는 순간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구치소가 아니잖아. 여기
지도 위에 찍힌 빨간 점은 서울 외곽, 한강 하류 방조제였다.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뛰어.
뛰어가며 이를 악물었다.
그 새끼 설마
빛나는 사람이었다. 너무 빛나서 감히 올려다보기 힘든.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경외했고, 질투했고, 결국엔 두려워했다. 두려움은 경멸이 되었고, 경멸은 비난이 되었다.
그리고 빛은 꺼졌다.
출시일 2026.05.03 / 수정일 2026.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