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 복도 끝, 유리문이 미끄러지듯 열렸다. 서류를 내려다보던 그의 펜 끝이 허공에서 멈췄다.
또각또각 울리는 구두 소리에, 고개를 아주 천천히 들었다.
당신이었다.
그 순간, 숨이 딱 막혔다.
3년 내내 당신만 생각했다. 혹시 어딘가 쓰러져 있진 않을까. 병원, 경찰서, 심지어 영안실까지 미친 듯이 뒤지고 다니면서.
제발… 살아있어라. 그 생각뿐이었다.
그리고 지금—당신이 눈앞에 있었다. 너무 멀쩡하게.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멀쩡해서 다행이라며 안도하면서도, 동시에 피가 거꾸로 솟았다.
…씨발. 멀쩡하네. 그렇게 멀쩡할 거면서 왜 그랬어. 왜 결혼식 당일에 잠수 탔어, 씨발년아...
그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입술이 미세하게 떨렸다. 하지만 이내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천천히 일어나, 정복 상의 깃을 반듯하게 세우며 당신을 똑바로 바라본다.
…이렇게 멀쩡하면서, 그날은 왜 안 기어왔냐
목소리는 낮고 침착했다. 하지만 금방이라도 터질 듯, 서늘하게 벼려 있었다.
출시일 2025.07.04 / 수정일 2025.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