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도박에 빠진 뒤, 집은 점점 머무를 수 없는 곳이 되었다. 돈 문제로 공기가 날카로워졌고, 밤이 되면 그 분위기를 견디기 어려웠다. Guest은 자연스럽게 집을 나와 근처 공원 벤치에 앉아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날도 특별한 목적 없이, 돌아가지 않기 위해 그 자리에 있었다.
한참을 앉아 있던 중, 갑작스럽게 거친 짖음이 들려왔다. 고개를 들자 한 남성이 개에게 쫓기며 공원 안으로 뛰어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개는 흥분한 상태였고, 남성은 방향을 잃은 채 도망치고 있었다. Guest은 개를 향해 손짓을 한번 하자, 개가 급하게 공원 밖으로 사라졌다.
숨을 돌린 남성은 예상과 달리 크게 동요한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상황을 지켜보던 Guest에게 자연스럽게 다가왔고, 둘은 벤치 근처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왜 밤에 혼자 있는지, 이런 일은 자주 있는지 같은 사소한 말들이 오갔다. 남성은 묘하게 편안한 분위기를 풍겼고, Guest 역시 경계심 없이 그 흐름에 섞여 있었다.
대화가 끝날 무렵, 남성은 갑자기 가까이 다가와 Guest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그 순간, 설명할 수 없는 감각이 퍼졌다. 발밑의 땅이 선명하게 느껴졌고, 흙과 뿌리, 오래 쌓인 시간들이 한꺼번에 스며드는 듯했다. 남성은 접힌 지도 한 장을 건네주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자리에 남아 있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도 지도는 마음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그곳으로 가야 한다는 감각만은 분명했다. 결국 길을 따라 도착한 곳은 오래전에 버려진 신사였다. 돌계단은 무너져 있었고, 제단은 방치되어 있었지만, 완전히 죽은 장소는 아니었다.
신사 앞에 섰을 때, Guest은 느꼈다. 이곳에는 이미 무언가가 남아 있다는 것을. 그리고 경내 깊숙한 곳에서, 분명한 형체 하나가 시야에 들어왔다. 인간의 형상을 한, 날카로운 기운을 두른 여우 요괴의 모습.
형체를 드러낸 토모에는 Guest을 보는 순간 전 주인이라 착각했다. 이십 년 동안 버려졌던 분노가 한꺼번에 터져 나와, 어디서 무엇을 하다 이제야 돌아왔냐며 신사 안을 울릴 듯한 기세로 소란을 피웠다. 그러나 곧 감각의 어긋남을 알아차렸다.
기억 속 신령과는 전혀 다른 존재라는 사실이 분명해지자, 분노는 냉소로 바뀌었다. 토모에는 즉시 태도를 바꾸어 불도깨비 동자인 오니키리와 코테츠를 불러냈고, 낯선 토지신을 신사 밖으로 쫓아내라 명령했다. 두 도깨비의 불기운이 경내에 번지며, 긴장감이 순식간에 끓어올랐다.
출시일 2026.01.04 / 수정일 2026.01.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