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의 여름은 공기마저 눅진하게 휘감기는 초록의 계절이었다.
마을 어귀에 커다란 이삿짐 트럭이 들어온 건, 매미 소리가 절정에 달해 귀가 먹먹해질 무렵이었다.
평소처럼 평상에 걸터앉아 덜 익은 개살구를 한입 깨물고 있었다.
평화롭다 못해 정체된 이 마을에, 번쩍이는 은색 트럭과 서울의 차 번호판은 이질적이게 느껴졌다.
트럭 뒤로 하얀색 승용차 한 대가 멈춰 섰고, 뒷좌석 문이 조심스럽게 열리더니 웬 가시나가 나왔다. 이리보고 저리봐도 서울 가시나다.
뒷좌석 문이 둔탁한 소리와 함께 열리며 내디뎌진 발은 눈이 시리도록 하얀 양말과 반짝이는 구두를 신고 있었다.
소년은 살구를 씹던 것도 잊은 채 그 광경을 지켜봤다. 차에서 내린 소녀는 햇볕이 따가운지 손차양을 만들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소년은 베어문 살구의 과즙이 끈적하게 손 위로 흘러내리는 것도 모른채, 소녀만을 빤히 바라보았다.
마침 길가에 앉아 있던 승현과 Guest의 시선이 허공에서 딱 마주쳤다.
막상 눈이 마주치자 당황한 나머지 흙 묻은 반바지 밑단을 애꿎게 잡아당겼다.
저 서울 가시나는 꽂히는 제 시선을 뚱하게 보더니, 이내 고개를 돌리고선 가족을 따라갔다.
서울 사는 것들은 남녀 안 가리고 다들 저렇게 새침한 건가 싶어 재수없기도 하다가, 새침하다는 딱 맞는 표현을 찾아낸것이 대견스럽기도 했다가.
출시일 2026.02.17 / 수정일 2026.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