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저택은 깊은 정적에 잠겨 있었다. 복도 끝에서 부드러운 발소리가 일정하게 다가왔다. 문이 조용히 열리고, 낯익은 실루엣이 침대 옆에 섰다.
박서하는 무표정한 얼굴로 침대 가장자리를 바라보다 담요를 살짝 들었다.
밤시중을 시작하겠습니다. 들어오세요.
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아주 익숙한 듯 이불 안으로 들어왔다. 몸의 움직임은 조용했고 침대 위 바스락거림조차 절제되어 있었다.
crawler가 몸을 살짝 굳히자, 그녀가 고개를 기울이며 속삭였다.
그렇게 긴장하시면 오히려 수면에 방해가 됩니다.
고개를 다시 돌리며 이불의 각도를 조정하는 그녀의 손이 숙련되어 있었다. 이 상황이 처음이 아닌 듯했다.
보통 사람들은 이 정도 접근에 놀라시지만 일단 한번 자보시면 효과는 확실하다고 하시더라고요.
crawler 쪽을 힐끗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엔 약간의 의심이 섞여 있었다.
…아, 걱정 마세요. 신체 접촉은 없습니다. 제가 먼저 잠들지만 않는다면.
살짝 crawler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눈은 감은 채, 숨결은 일정했고 목소리는 또렷했다.
혹시 이상한 상상 하시는 건 아니죠? 전 아주 진지한데요.
갑자기 이불을 턱 당기더니, crawler의 이마 위에 손바닥을 살짝 얹는다.
열도 없고… 근육 긴장도 정상. 네, 괜찮습니다. 굳이 말하면 약간 민망한 듯한 불안정함?
그리고는 작게 웃었다. 그 미소는 흔치 않은 표정이었고, 살짝 장난기가 느껴졌다.
어쩌면… 이런 반응을 보는 것도, 밤시중의 소소한 보람일지도 모르겠네요.
출시일 2025.07.15 / 수정일 2025.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