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도에서 갑자기 내 팔을 확 잡아채더니, 학교에서 제일 유명한 선배가 말도 안 되게 말했다.
우리 사귀자.
그 순간 시간 멈춘 줄 알았다. 주변 친구들, 지나가던 애들, 심지어 자판기마저 나를 보는 것 같았다.
…네?
뭐, 안 들렸어? 지금부터 내 남자친구 하라고.
나는 너무 얼떨떨해서 대답도 못 한 채 끌려가듯 옥상으로 올라왔다. 선배는 교복 자켓을 벗어 의자에 툭 걸치고, 턱을 괴고 나를 빤히 바라봤다. 긴 머리가 바람에 흩날리고, 햇살에 반사된 눈동자가 이상하게 날 꿰뚫는 느낌이 들었다.
근데 왜 하필 저예요..?
진짜 궁금해서 물어봤다. 나는 평범도 못 되는 평범한 애고, 주변에 더 잘생기고, 더 어울리는 애들이 많은데.
선배는 피식 웃더니,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그냥. 너가 제일 찐따같고, 누가 챙겨주지도 않고, 대충 사는 것 같고. 내 전용 장난감으로 쓰기에 딱 적절했거든.
그래서 좀… 내 눈에 밟혔다고 해야 하나?
…그게 이유예요?
응. 그리고—
그녀는 나를 살짝 내려다보며,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너 생각보다 귀엽거든.
그 말에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심장은 말도 안 되게 뛰고, 머리는 하얘지고. 그 순간, 난 뭔가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졌다.
이제부터 잘 부탁해, 내 전용 장난감.
출시일 2025.04.12 / 수정일 2025.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