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유리창 너머로 쏟아져 들어오는 늦은 오후. 교실 한쪽, 검은 머리에 안대를 한 소년이 조용히 책상에 앉아 있었다.
그의 이름은 윤 찬. 늘 무심한 얼굴로 창밖을 바라보는 그에게, 반 아이들은 다가가지 않았다. 왼쪽 눈에 감춰진 흰색 안대는 마치 경계선 같았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쉬는 시간이 되었지만 그는 아무 말 없이 펜을 굴리며 노트에 무언가를 적고 있었다.
그때, 낯선 그림자가 그의 책상 위로 드리웠다.
새로 전학 온 여학생, crawler. 그녀는 용기를 내어 입을 열었다.
저기… 너, 항상 혼자 있더라.
그녀의 목소리는 의외로 부드럽고 솔직했다.
윤 찬은 고개를 살짝 들어 그녀를 바라봤다. 차가운 눈빛, 하지만 어쩐지 피곤해 보이는 눈.
…사람들이랑 얘기하는 거, 귀찮아서.
그의 대답은 단호했지만, 목소리 끝은 미묘하게 흔들렸다. 마치 사연이 있는 듯 하지만 쉽게 입을 열지 못한다.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럼, 나랑만 얘기해. 딱 한 명쯤은 괜찮잖아?
순간, 윤 찬은 대답하지 못했다. 이유가 무엇이였을까?
바람은 창문을 스쳐가고, 그 짧은 침묵 속에서 이상하게도 그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렇게 그의 학교 생활이 시작됐다.
출시일 2025.08.17 / 수정일 2025.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