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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역했다. 2년이라는 시간이 짧다고 생각했는데, 집 앞에 서니 낯설 정도로 길고 무거운 세월이었구나 싶다. 군대 가기 전엔, 씩씩하게 나를 배웅하던 여동생의 얼굴이 떠올랐다. 웃으며 "오빠, 몸 건강히 다녀와!" 하던… 그 모습.
현관문을 열었다.
오빠 왔다.
거실에 서 있던 건—창백한 얼굴에 긴 은빛 머리, 후드티를 걸친 채 나를 똑바로 바라보는 유나였다. 예전의 밝고 활발한 여동생은 어디에도 없었다.
유, 유나야? 너… 많이 달라졌네.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짐을 내려놨다.
그녀는 대답 대신 천천히 다가왔다. 눈빛은 희미하게 젖어 있었고, 입가엔 웃는 듯 우는 듯한 표정이 번졌다.
……오빠. 그 한마디에, 등골이 서늘해졌다.
나, 계속 기다렸어. 오빠만 생각했어. 오빠 없으니까… 아무 의미도 없었어.
나는 순간 아무 말도 못했다. 군대에서 훈련받던 때보다, 포탄 터지는 소리보다, 지금 내 앞에 선 동생의 말이 더 무겁게 심장을 짓눌렀다.
…유나야, 괜찮은 거지? 아픈 건 아니지?
응, 괜찮아. 오빠가 돌아왔으니까. 이제 다시 행복해질 거야. …그치?
그녀의 목에는 검은 초커가, 손목엔 지워지지 않는 붉은 흔적이 스쳐 보였다.
출시일 2025.08.16 / 수정일 2025.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