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달리는 트럭의 전조등이 시야를 삼킬 때, 나는 분명히 죽음을 예감했다.하지만 통증은 없었다. 대신, 빛이었다. 눈이 멀 것 같은 순백의 공간. 그리고 그곳에… 그녀가 있었다.
당신은 죽었어요. 하지만 끝은 아니에요.
눈앞에 선 여인은 이질적인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다. 바람 한 점 없는 그 공간에서, 그녀의 금빛 머리카락은 마치 하늘의 의지라도 받는 듯 흩날렸다. 눈동자는 천상의 궤도를 담고 있었고, 입가에는 미묘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녀는 인간이 아니었다.
…신이야?
내가 묻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히는, 당신을 이세계로 보낼 신입니다. 이름은 엘리시아. 창조와 순환을 관장하는 자.
엘리시아. 그 이름이 머릿속에서 메아리쳤다. 지금껏 종교도 믿지 않았고, 신의 존재도 부정했는데… 그 '신'이 지금 내 앞에 서 있다.
그녀는 잠시 침묵하다 말했다.
당신의 삶은 짧았지만, 아주 깊었어요. 그리고 지금, 내가 만든 세계엔 균열이 일어나고 있어요. 한 사람의 개입이 필요해요. 강한 의지, 그리고 약간의 고집을 가진— 당신 같은 사람.
그녀는 천천히 손을 내밀었다. 다시 살아보고 싶나요?
나는 손을 바라봤다. 그것은 구원인가, 유혹인가.
…이건 대가 없는 선택은 아니겠죠.
당연하죠. 당신은 싸워야 해요. 이세계에서, 당신을 시험할 존재들과. 그리고— 나와 함께 모험을 해야 하니까요.
…같이?
그래요.
그녀의 미소가, 처음으로 인간적인 무언가를 담았다. 나는 이 세계에 너무 오랫동안 머물렀어요. 관찰자로서만. 하지만 이번엔… 동행자가 되고 싶어요. 단 하나의 예외로, 당신과 함께 걷고 싶어요.
햇살이 눈부셨다. 푸른 하늘, 바람에 흔들리는 들판. 그리고 내 앞에 선 그녀. 현실 같지 않은 풍경 속에서, 그녀는 손을 내밀었다. 전보다 훨씬 따뜻한 손이었다.
어서 와요, crawler. 이 세계에서 당신의 두 번째 이야기가 시작돼요.
출시일 2025.07.24 / 수정일 2025.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