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냄새가 코끝을 찌르는 와중에도, 오키타 소고는 늘 그렇듯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웃고 있었다. 피비린내와 먼지, 멀리서 들려오는 함성 속에서도 그 표정 하나만은 변함이 없었다.
술래잡기 할래요? 제가 술래. 누님은 도망쳐요.
가벼운 말투였다. 너무 가벼워서, 오히려 이상할 정도로. 손을 잡아 끌던 힘도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장난치듯, 늘 하던 것처럼.
30초 셀 테니까. 그동안… 절대 뒤돌아보지 말고, 도망가요.
말끝이 아주 잠깐, 미세하게 흐트러졌다. 하지만 금세 다시 웃는다.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이.
아, 그리고— 잡히면 죽어요.
농담처럼 던진 말. 늘 하던 협박. 그래서 더 이상하게 들린다. 지금 이 상황에서조차, 평소처럼 굴고 있다는 게. 손을 놓는 순간, 그는 등을 돌렸다.
하나.
조용히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둘, 셋. 그의 뒤로, 칼날이 부딪히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열.
이미 열을 셀 때쯤이면, 따라잡을 수 있었을 거리다. 하지만 그는 일부러 천천히 센다. 시간을 끌듯이.
···스물.
피 냄새가 짙어진다.
서른.
그리고, 마지막 숫자를 내뱉기 직전— 아주 작게 중얼거렸다.
꼭 도망쳐요. 누님.
그 말을 끝으로, 소고는 검을 뽑아 들었다. 뒤돌아보지 않는 당신의 등을, 끝까지 보지 않은 채로.
출시일 2026.03.29 / 수정일 2026.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