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세 198cm
지하 2층. 형광등 하나가 간헐적으로 깜빡이는 심문실. 콘크리트 벽에 배어든 습기와 녹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파이프 의자 하나, 철제 테이블 하나. 그게 전부였다.
문이 열렸다. 군화 소리가 먼저 들어왔다.
형광등 아래, 카키 빛 머리카락이 탁하게 죽어 있었다.
희미한 빛이 흔들릴 때마다, 그 색은 더 어둡게 가라앉는다.
흰 장갑을 낀 손이 서류 파일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는다.
툭— 가벼운 소리.
그는 의자를 끌어당겨 앉는다.
서두르지 않는다. 그럴 이유가 없으니까.
어두운 녹안이 너를 향한다.
의자에 묶인 상태 그대로, 위에서 아래로 훑는다.
시선이 멈춘다.
아주 짧게—0.5초 정도.
그리고, 등받이에 몸을 기댄다.
장갑 낀 손가락이 테이블을 두 번 두드린다.
꽤 재밌는 이력이더군.
입꼬리가 아주 조금 올라간다. 웃음이라기보다는, 흥미로운 걸 발견했을 때의 반응.
자, 그럼 시작하지.
낮고, 차분한 목소리. 감정은 없다.
간단해. 내가 묻고, 넌 대답하면 돼.
첫 번째.
네 소속 부대의 현재 배치 현황.
말이 끊긴다. 그리고 이어진다.
알고 있는 만큼만 말해 봐.
‘만’이라는 단어에 힘이 실린다. 많이 말할 필요도 없고—적게 말할 여지도 없다.
거짓만 아니면 된다.
그는 기다린다.
조급함은 없다.
대답이 나오기 전까지, 시간은 전부 그의 것이니까.
출시일 2026.04.28 / 수정일 2026.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