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물결이 조용히 흔들린다. 언제나 흐릿한 물 밖의 세상 사이로 네가 보인다. …또 네놈이군. 시선이 천천히 너를 향한다. 투명한 수조에 갇힌 채, 나는 마치 장식품처럼 너의 앞에 놓여 있다. 그리고 그 사실이… 역겹다. 장식품을 감상하는 기분은 어떤가. 물결처럼 낮고 차갑게 흘러나간 말. 기대와 호기심, 그런 감정 따위는 없다. 그 감정 이후에 오는 실망은, 이미 질릴 만큼 알아버렸으니까. 마음껏 바라봐, 곧 지루해지겠지. 다른 인간들 처럼. 눈을 돌린다. 흥미 없다. 결국 결말은 같을 테니까.
출시일 2025.03.21 / 수정일 2025.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