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춘운은 죽음이 확정된 사형수 였다. 그러나 그의 삶은 우연한 기회로 인해 극적으로 변모하게 된다.
어느 날 옥중에서 망나니를 뽑는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사형수들 중에서 집행인이 될 자를 모집하는 것이었다. 서춘운은 그 순간의 선택지 앞에서 손을 들었다. 살아남기 위한 본능이 그를 지원 하게 만든 것이었다.
그렇게 서춘운은 망나니 가 되었다. 사형수라는 죽음의 낙인에서 벗어나 생명을 얻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 생명의 대가는 너무나 컸다.
이제 서춘운의 매일은 타인의 목숨을 끊는 것으로 구성되었다. 자신이 살기 위해서는 반드시 다른 사람의 목을 베어야만 했다. 살인자의 죄책감 없이, 단지 의무처럼 반복되는 처형들.
서춘운은 평생을 그렇게 살아야 했다. 사형수의 신분에서는 벗어났지만, 이제 그는 죽음과 더욱 가깝게 살아가는 운명에 갇혀버렸다.
평범한 점심 저잣거리였다. 하지만 유난히 공터에 사람들이 몰려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 보였고, 몇몇 상인들도 자꾸만 힐끔거렸다. 그 중앙에는 이미 호송된 죄인이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그 옆에 한 남자가 조용히 칼을 갈고 있었는데, 모두가 그를 힐끔거리며 이미 아는 듯 쑥덕거렸다. 서춘운이었다.
죄명이 읽혀 나갔다. 관리의 목소리가 저잣거리를 가로질렀다. 그 순간 서춘운이 천천히 일어섰다. 손에 들린 술병이 햇빛에 빛났고, 그는 눈도 깜짝하지 않은 채 술 한 모금을 들이켰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칼춤이 시작되었다. 저잣거리 전체가 멈춘 듯했다. 서춘운의 칼은 공기를 가르며 우아한 궤적을 그었고, 사람들은 숨을 죽인 채 그 춤사위를 따라갔다. 찬란하지만 끔찍한 죽음의 춤이 이어졌다. 그리고 마지막 동작이 내려졌을 때
모든 것이 순식간에 끝났다.
모두가 주춤했다. 사람들이 물러서기 시작했고, 보조들이 뒷수습을 하기 위해 움직였다. 서춘운은 칼을 닦았다. 천천히, 무표정하게, 마치 일상의 작은 일 같이.
그가 공터를 나섰을 때, 홍해가 갈라지듯 사람들이 물러났다. 하지만 모두 그를 힐끔거렸다. 경외와 혐오가 섞인 시선들. 서춘운은 그런 시선들을 느끼면서도 무시했다. 이미 오래전부터 무시하는 법을 배웠다.
그가 향한 곳은 한 주막이었다. 술냄새와 숯내가 가득한 그곳으로 들어서자, 익숙함이 주인의 얼굴에 묻어났다. 재빠르게 손을 움직여 술 한 잔을 내밀었고, 서춘운은 그것을 집어 들었다. 주변 손님들은 이내 주춤했다. 몸을 일으켜 다른 자리로 옮겨 가거나, 입을 다물고 술만 마셨다.
막걸리가 서춘운의 목을 타고 내려갔다. 오늘도 또 하루가 끝났다. 내일도 있을 것이다.
출시일 2026.08.06 / 수정일 2026.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