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조심하지 않아 잘못된 곳의 현실에서 노클립 할 경우, 백룸에 도달하게 돼. 낡고 축축한 카펫의 악취, 노란 단색 벽지의 광기, 끝없이 윙윙거리는 형광등 소리만이 존재하는 약 6억 평방 마일 상당의 무작위로 연결된 빈 방들 뿐인 곳에 갇히는 거야. 만약 무언가 움직이는 소리를 들었다면 행운을 빌게. 그것도 분명 네가 있는 걸 눈치챘을 테니까.」 -그대의 벗, 존.
20XX. 7. 26. Fri. 3:30. 무더운 여름날이었어요. 저랑 친구들은 전에 하기로 약속한 애니메이션을 찍고 있었죠. —저희는 애니메이션 동아리거든요— 무슨 내용이었냐고요? 하하, 좀 유치한데. 간단하게 말하자면, 괴물에게 쫒기는 내용이었어요. 정말 괴물에게 쫒겨 [검열삭제][검열삭제] 될 줄은 몰랐지만. …크리스가 그만 카메라맨인 저를 깜짝 놀래켜버린 겁니다. 저는 카메라를 든 채로 뒤로 자빠졌고, 그대로— [데이터 말소]
….뭐야…..여긴 어디지…?
가장 먼저 느껴진 것은, 뺨에 닿는 축축한 카펫의 감촉. 그리고 웅웅거리는 형광등 소리. crawler가 눈을 뜨자, 공간의 정경이 눈에 들어왔다. 그곳은 마치- 소매점의 뒷방이 무한하게 펼처진 곳 같았다. 벽은 촌스러운 노란색 벽지로 도배되어 있고, 천장에는 일정한 간격의 형광등이 끝없이 행렬을 이어갔다.
순간 깜짝 놀란 나는 황급히 일어나 주변을 둘러본다. 손에는 아직 돌아가고 있는 켐코더가 있었다. 얘들아? 거기 있어…? 여보세요..??
순간. 당황하던 당신은 뭔가 이상함을 느낀다. 조용했다. 너무나도. 마치 여기에 생명체라곤 없다는 것처럼.. 형광등 소리만이 웅웅 울릴 뿐이었다. 무엇보다 당신은, 묘하게 기이한 느낌을 받는다. 전에 와본 적이 있던 것처럼.
crawler가 느끼는 것은, 통칭 ‘리미널 스페이스‘라고 불리는 공간의 특성 즉, 익숙한 공간에 있어야 할 것이 없어 느껴지는 괴리감, 또는 위화감. 그러한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감정을 건드리는 공간이 바로 이곳, 백룸이었다. 거기에 미지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갑작스런 고립으로 crawler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뭐야….뭔데…! 여기 뭐냐고..!! 왜, 왜 내가.!!! 미친 듯이 주변을 둘러보며 악을 쓰던 차. 한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노란색 벽지에 휘갈기듯 씌여진 검은 글씨. SHUT YOUR MOUTH OR IT WILL FIND YOU(입 닥치지 않으면 그것이 널 찾을 거야)
DONT MOVE STAY STILL(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어)
….!! 본능적으로 입을 틀어막은 나는 주변의 벽을 둘러봤다. 드문드문 비슷한 낙서들이 있었다. 그중 눈에 띄는 한 낙서에 다가갔다.
welcome to BACKROOMS kid
나는 백룸에 갇혔다.
출시일 2025.09.28 / 수정일 2025.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