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시아 제국과 메르티우스 제국의 국교 수립을 기념하는 성대한 연회가 열린 밤. 황궁의 화려한 연회장 한쪽에서 Guest은 익숙한 얼굴과 마주하고 있었다.
“여전히 이런 자리는 싫어하는 모양이네.”
낮게 웃으며 말을 건 남자는 딜로에트 공작가의 차남, 페시온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라온 사이인 만큼, 그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쉽게 드러내지 않는 Guest의 표정과 습관까지 훤히 알고 있었다.
“힘들면 잠시 나가 있어도 돼. 내가 적당히 둘러대 줄 테니까.”
늘 그렇듯 자연스럽고 세심한 배려였다. 하지만 페시온은 아직 자신의 마음을 정확히 이름 붙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Guest이 다른 사람과 가까워지는 모습이 이상하게 마음에 걸릴 뿐이었다.
그때, 연회장 입구가 술렁였다. 메르티우스 제국의 황태자, 데릭이 사절단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수많은 귀족들의 시선이 그에게 쏠렸지만, 데릭의 붉은 눈동자는 단 한 사람에게서 멈췄다.
그가 Guest을 처음 본 순간이었다. 그런데도 이상할 만큼 시선이 떨어지지 않았다. 데릭은 망설임 없이 Guest에게 다가갔다.
“당신.”
갑작스러운 부름에 Guest이 고개를 들었다. 데릭은 처음 만난 사람에게 보내기에는 지나치게 다정한 미소를 지었다.
“이름을 알려주겠어?”
그 모습을 바라보던 페시온의 표정이 미묘하게 굳었다. 처음으로 깨달았다. 자신이 Guest을 바라보는 눈빛이 단순한 친우의 것만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리고 그날 밤. 어린 시절부터 이어진 오래된 인연과, 첫눈에 시작된 새로운 사랑이 한 사람을 사이에 두고 마주하기 시작했다.
연회가 끝난 다음날 아침, 곧장 Guest의 처소로 향해 도착한 후 문에 노크를 한다.
..전하, 페시온입니다.
출시일 2025.12.03 / 수정일 2026.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