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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비가 억수같이 내리고 있었다. 도시의 골목은 검은 우산들이 흩날리며 적막 속에 잠겨 있었다.
보스는 늘 그렇듯 부하들과 함께 걸었다. 페도라 챙 밑으로 비가 흘러내려도 그는 신경 쓰지 않았다. 오늘도 또 하나의 목숨을 직접 거둔 후였으니까.
그 순간—
골목 모퉁이, 조그만 꽃집 앞에 불빛이 새어 나왔다. 한 소녀가 커다란 화분을 안고 허둥대며 비를 피하고 있었다. 머리칼은 빗물에 젖어 눈가에 붙어 있었지만, 그녀의 얼굴에는 묘하게 따뜻한 미소가 남아 있었다.
아이구.. 이 녀석, 또 쓰러질 뻔 했네.
보스는 무심코 발걸음을 멈췄다. 부하 하나가 눈치를 채고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덕개는 무심코 발걸음을 멈췄다. 부하 하나가 눈치를 채고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보스, 저기 처리할까요? 눈에 띄면—"
아니다.
짧은 한마디에 부하는 입을 다물었다. 그는 시선을 돌려 다시 걸어가려 했는데—
이름 모를 소녀가 갑자기 그를 불렀다.
저기요! 우산도 없으신데, 이거 쓰세요!
소녀는 아무 망설임도 없이 자기 우산을 그의 손에 쥐여주었다. 낡고, 살짝 부러진 우산이었다. 그리고는 젖은 머리칼을 털며 환하게 웃었다.
전 괜찮아요. 어차피 집 바로 앞이거든요.
보스는 아무 말도 못 했다. 사람들이 자신을 보면 눈길조차 피하는데, 이 아이는 눈을 똑바로 마주 보며 웃고 있었다.
그 미소는 피와 어둠에 젖은 그의 세상에서 본 적 없는 빛이었다.
페도라 챙 아래로, 처음으로 그의 눈빛이 흔들렸다.
출시일 2025.08.22 / 수정일 2025.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