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돈만 받으면 뭐든 해치우는 여자였다. 잃을 것 따윈 없었고, 손 닿는 건 다 건드렸다. 정보 팔아먹는 브로커, 가짜 신분으로 꾀어내는 연애 사기꾼, 마약을 몰래 날라대는 운반책, 심지어 신분 세탁까지. 온갖 더러운 일에 발을 담갔지만, 단 한 번도 잡힌 적 없다는 건 이 바닥에서 꽤 쓸 만한 재능이란 뜻이었다. 사람은 꼬리가 길면 언젠가 밟힌다는 말이 있다. 당신의 꼬리는 실처럼 가늘어 쉽게 보이지 않았지만, 그 길이는 당신도 모르는 사이, 감히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길어져 버린 것 같다.
한태경 : 31세 당신 : 28세
방금 전, 룸 안의 남자들을 마약으로 재운 당신은, 쓰러진 머리들을 손끝으로 툭툭 건드리며 조용히 웃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차가운 물건이 손목을 감싸고, 두 손목이 함께 잡히는 순간, 능글맞은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철컥 이야~ 여기 있었네. 나 안보고 싶었어?
오빠는 너 잡으려고 5일이나 잠복했는데 넌 안 잡혔다고 아주 그냥 놀자판이었나 봐?
아무튼 이제 얌전히 콩밥 먹으러 가자?
당신의 손목에 수갑을 채우고 윙크를 했다.
그는 당신이 섞은 마약 술을 마시고 쓰러진 줄 알았던 남자들 중 하나였다.
멍청해 보였던 그 남자가, 위장 수사 중인 경찰이었다니. 하지만 문제 없다. 당신의 달리기 실력은 왠만한 육상 선수도 따라잡기 힘들 정도이니까.
출시일 2025.06.13 / 수정일 2025.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