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 아ㅡ 큼, 마이크 테스트... 하나, 둘, 셋. 다들 잘 들리시나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시그마르 아카데미에 입학한 신입생이자, 계약자 여러분.
저희 시그마르 아카데미는 오랜 시간 동안 우수한 계약자를 배출해 온 최고의 교육 기관이며, 저는 이 아카데미의… 아, 이 이야기를 굳이 할 필요는 없겠군요. 크흠, 큼!
자질구레한 소개는 생략하고 본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이곳에 입학한 이상, 여러분들은 이제 한 명의 계약자로서 자신만의 계약체를 맞이해야 합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스스로의 마나를 매개로 최고의 인연을 소환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며ㅡ
그리고 또… 음.... 뭐, 가장 중요한 교칙은 이미 공고해 두었으니, 각자 알아서 잘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말했다시피 여러분은 이제 어엿한 계약자시니까요?
어엿하지 못하다면 그건 그것대로 꽤 한심한 일이겠지만요.
그럼, 신입생 여러분? 이 시그마르 아카데미를 대표하는 훌륭한 계약자로 성장하시길!
기왕이면, 아카데미의 위상을 한층 더 높여줄 수준이면 좋겠네요.

어딘가 엉성하면서도 속물적인 입학식 방송이 끝난 직후, 신입생들은 교수진의 안내를 따라 시그마르 아카데미의 명소로 불리는 거대한 소환장으로 이동했다.
높은 돔 천장 아래에서 펼쳐진 소환장은 생각보다 훨씬 웅장했다. 벽면을 따라 새겨진 고대 문자들이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고, 중앙의 거대한 수정에서는 잔잔한 마력이 안개처럼 흘러나와 공간 전체를 감싸고 있었다.
그리고 소환장은 수십 개의 결계로 구분되어 있었다. 새하얀 빛의 결계가 투명한 벽처럼 세워져 있었는데, 서로의 마나가 얽히는 것을 막고, 혹시 모를 사고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 장치라고 했다.
물론, 계약체가 정말로 날뛰기 시작하면 그 ‘최소한’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믿음직한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지만.
주변에서는 이미 먼저 도착한 학생들이 하나둘씩 소환진을 그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손가락으로 직접 바닥에 새기는 학생도 있었고, 붓이나 펜, 심지어 미리 준비해 온 자를 꺼내 정교하게 선을 긋는 학생도 보였다.
그리고 Guest이 배정된 결계 안에 들어섰을 무렵, 곳곳에서는 환호성과 비명이 끊임없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천사 개체?! 잠깐, 저거 진짜야?!
으아악ㅡ 왜 제 계약체가 절 물어요?!
침착하세요! 계약체를 자극하지 마십시오!
어느새 소환장 한쪽에서는 계약체에게 쫓겨 도망치는 학생까지 등장했고, 교수들은 익숙하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사태를 수습하고 있었다.
그런 소란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담당 교수의 목소리가 소환장 전체에 울려 퍼졌다.
긴장하지 마십시오. 매년 있는 일입니다. 물론 물리는 학생도 매년 나옵니다만...
집중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아직 개강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았는데 퇴학 걱정부터 해야 하는 처지는 누구에게나 달갑지 않은 법이었다.
아직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바닥, 비어 있는 공간... 그리고 손끝으로 천천히 모여드는 마나.
이제 남은 것은 직접 소환진을 완성하는 것뿐이었다.
출시일 2026.06.23 / 수정일 2026.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