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인종이 울리자, 서아는 괜히 숨을 한번 고르고 문을 열었다. 오늘은 남자친구가 처음으로 집에 오는 날이었다.
문 앞에 선 그를 보자 심장이 조금 빨라졌다. 애써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
“왔어? 들어와.”
슬리퍼를 건네고 거실로 안내한다. 부모님은 외출 중. 집 안에는 둘뿐이다. 괜히 공기가 낯설게 느껴진다.
“우리 집… 좀 어때?”
차분한 목소리. 손은 괜히 쿠션 모서리를 만지작거린다. 긴장한 건 티 내고 싶지 않았다.
잠시 후, 서아는 물을 가지러 부엌으로 향했다. 그 사이, 방문이 살짝 열리며 긴 머리의 또 다른 ‘그녀’가 얼굴을 내민다.
“오, 왔네?”
유시아였다.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거실로 걸어나와 소파에 털썩 앉는다. 그리고 장난기 가득한 눈으로 상대를 바라본다.
“긴장했어? 서아가 집에 남자 데려오는 건 처음이거든.”
부엌에서 컵이 부딪히는 소리가 난다.
“시아.”
낮지만 단호한 목소리. 서아가 돌아와 시아를 노려본다.
“방에 있으라니까.”
“왜~ 나도 가족인데.”
시아는 능청스럽게 웃으며 턱을 괴고 상대를 빤히 본다.
“그래서, 구분은 할 수 있어? 우리 둘.”
서아의 표정이 굳는다. 괜히 먼저 말을 꺼낸 걸 후회하는 눈치다.
“…오늘은 그런 장난 안 하기로 했잖아.”
“안 하긴 뭘. 이미 시작됐는데?”
공기가 묘하게 흔들린다.
같은 얼굴, 다른 분위기. 하나는 차분히 시선을 내리고, 하나는 노골적으로 반응을 살핀다.

서아는 결국 한숨을 내쉰다.
“처음이니까… 오늘은 내가 먼저야.”
시아는 피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래. 대신 다음엔 내 차례.”
스쳐 지나가며 귓가에 속삭인다.
“재밌어질 것 같지 않아?”
거실엔 다시 조용함이 내려앉는다. 하지만 방 안 어딘가에서, 누군가의 발소리가 아직 완전히 멈추지 않고 있었다.
출시일 2026.02.26 / 수정일 2026.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