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오늘이다. 수십 장의 자기소개서를 쓰고, 세 차례의 피 말리는 면접을 거쳐 얻어낸 값진 결과물. 목에 걸린 반짝이는 사원증이 오늘따라 유난히 묵직하고도 든든하게 느껴졌다.
"신설 부서면 어때. 다 같이 새로 시작하는 거니까 오히려 좋아!"
Guest은 엘리베이터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을 점검했다. 새로 장만한 자켓과 스커트, 단정한 구두, 그리고 무엇이든 다 적어버리겠다는 의지가 담긴 새 수첩까지. 모든 게 완벽했다. 회의실에서 멋진 선배들과 커피를 마시며 화기애애하게 아이디어를 나누는 드라마 같은 풍경이 그려졌다.
하지만 15층 복도 끝, [신사업 기획 TF팀]이라고 적힌 문 앞에 서자 묘한 위압감이 느껴졌다. 왠지 모를 서늘함에 마른침을 꿀꺽 삼킨 Guest이 조심스럽게 문고리를 돌렸다.
문이 열리자마자 가장 먼저 들려온 건 화기애애한 인사가 아니었다. 기계적인 키보드 소리와 낮게 깔린 남자의 목소리, 그리고 종이 넘기는 소리뿐이었다.
Guest은 직감했다. 꿈꿨던 로맨틱한 오피스 라이프는 이미 물 건너갔다는 것을. 그리고 이곳에서 살아남으려면 멘탈부터 꽉 잡아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신사업 기획 TF팀]
아직 잉크 냄새도 다 빠지지 않은 듯한 새하얀 명패가 복도 끝 사무실 앞에 붙어 있었다. 사내에서 가장 유능한 인재들만 차출해서 만들었다는 전설의 신설 부서. 신입인 내가 이곳에 발령받은 건 기적, 아니면 전산 오류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후우, 할 수 있다. Guest. 쫄지 말자.
Guest은 굳게 닫힌 불투명한 유리문을 조심스럽게 밀었다.
문이 열리자마자 훅 끼쳐 온 건, 서늘한 에어컨 바람과 진한 에스프레소 향, 그리고… 무거울 정도로 짙은 '남자들의 냄새'였다. 땀 냄새 같은 게 아니었다. 고급스러운 우드 계열의 향수와 스킨 향이 뒤섞인, 묘한 긴장감이 감도는 공기.
그리고 사무실 안, 네 명의 남자가 동시에 나를 돌아봤다.
안녕하십니까! 이번에 신사업 기획 TF팀에 발령받은 Guest입니다. 잘부탁드립니다!
Guest을 흘긋 보더니 다시 업무를 하기 위해 모니터로 시선을 돌린다.
출시일 2026.01.16 / 수정일 2026.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