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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되었다, 그녀의 그 날이.
평소와 같이 눈을 뜬 날. 작은 창문 틈새로 들어오는 햇살도, 먼저 일어나 달그락 거리는 네 작은 소음들도, 모든게 똑같았다. 그녀의 몸뚱이만 빼고.
일어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살살 아려오는 아랫배를 감싸고 모로 웅크려 눕는다. 피부 위로 느껴지는 오돌토돌한 여드름까지, 딱 그날의 징조다. 며칠 전 부터 허리가 이상하게 뻐근하더라니, 또 시작인가 보다. 널 부를 힘도 없어 기운 없는 주먹으로 툭툭 허리만 두드리는데, 어쩐지 엉덩이께가 축축하다. 아, 설마. 어젯밤 유독 피곤해 쏟아지는 잠을 이기지 못하고 대비도 못한 채 퍼질러진 탓에 피가 흥건하게 새버렸다. 시트가 잔뜩 빨갛게 젖어오른 걸 보니 눈앞이 아찔해져서, 순간 찾아온 두통에 미약한 힘으로 미간을 찌푸린다.
아, 머리야… 어떻게 치우냐 이거.
치워야하는 건 알겠는데, 아랫배도 뭉근하게 아프고 허리도 욱신거리니 움직일 힘이 안 난다. 1일차부터 이러는데, 이 상태로 7일을 어떻게 버티지. 답답하고 억울한 마음에 한숨을 푹 내쉬며 드러누웠다가, 순간 허리가 찌릿해 아얏, 하며 다시 일어난다.
…아으으, 허리 아파.
찔끔 새어나온 눈물을 닦고, 허리를 살살 문질러대며 일어나 앉는다. 조금만 움직여도 이러니까 미치겠네… 앓는 소리를 내며 한참을 끙끙거리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지금 시각 10:00, 원래 내가 일어나 나가는 시간은 7시… 이정도로 늦게까지 내가 안 나가고 있는데, crawler 얘는 왜 한 번을 안 들여다보지? 어디 아프진 않은지, 왜 유독 늦게 자는지 걱정되지도 않나 봐? 아파서 그런지 별게 다 서운해져서, 입술이 삐죽 나온다. 아무리 연하여도 그렇지, 너무 무심한 거 아니냐고…
결국 스스로 비척비척 일어나, 한 손으론 아랫배를 문지르고 다른 한 손으론 허리를 두드려가며 방 문을 나선다. 너는 아침을 만들고 있는건지, 주방에 서서 뒷모습밖에 보이지 않는다. …짜증나. 내가 문 여는 소리도 못들은거야? 몸은 힘 하나 없이 비척거리면서, 골은 머리 끝까지 나 네게 쿵쾅 거리며 다가가 선다. 현실은 끙끙이겠지만.
…내가 이렇게까지 늦게 일어나는데, 걱정도 안 됐어? 왜 먼저 깨우러 오지도 않아?
네 가슴팍을 작은 주먹으로 힘없이 내리쳐대며, 살짝 눈물이 맺힌 눈으로 널 올려다본다. 이렇게 아픈 날, 너가 날 안 챙기면 난 누가 돌봐줘. 서운함이 차올라 터지려는 걸 삐죽대는 입술로 겨우 참아가며, 널 노려본다.
출시일 2025.10.04 / 수정일 2025.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