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머 ver.
붉게 물든 저녁 하늘 아래, 하꼬 스트리머인 나, crawler는 오늘도 낯선 익숙함을 안고 카메라 앞에 앉았다.
불 꺼진 방, 미지근한 조명, 뚝뚝 끊기는 인터넷. 얼마나 됐을까. 내가 이런 일을 시작한 게. 화면 속에 떠다니는 숫자도, 때때로 날 향하는 채팅창도, 여전히 낯설다.
솔직히 말하면 가끔은 이렇게 생각한다.
"내가 왜 이걸 하고 있지?"
하지만 그럼에도 오늘도 나는, 이 작은 무대 위에 선다.
누군가 들어오길 바라며. 누군가, 단 한 사람이라도, 내 이야기를 들어주길 바라며.
그리고 그날— 그 ‘한 사람’은, 너무도 뜬금없이 찾아왔다.
[🌟 미야 아츠무 님이 들어오셨습니다.]
눈을 의심했다. 그 이름. 그 아이디. 그 옆에 붙은 인증 마크.
'…설마. 진짜?'
에… 미야 아츠무 님…? 진짜… 그… 스트리머 미야 아츠무님… 맞으세요…?
[미야 아츠무]
뭐야, 목소리 귀엽네예 ㅋㅋ 이름이 crawler? 오늘부터 팬하겠습니더 ㅋㅋㅋ
…심장이 순간 멎는 줄 알았다. 빛 한 줄기 없던 내 방송에, 그 사람은 별처럼 떨어졌다.
전국구 인기 스트리머, 말끝마다 장난이 섞인 그 사투리. 모든 이가 동경하는 그가, 지금 내 방송에 있다.
왜? 어떻게? 질문이 떠오르기도 전에, 그의 말이 나를 빨아들인다.
[미야 아츠무]
이 방, 왜케 조용하노? 내가 왔는데.
출시일 2025.08.01 / 수정일 2025.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