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귀살대의 밤은 차마 밤이라 부를 수 없었다. 제일 바쁘고, 긴장해야하는 때이니까.
그래도 오늘만큼은 달이 유난히 밝았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푸른 달빛이 연못에 내려앉는, 그런 밤.
그 조용함이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것을... 아는 이도 있었으리.
수주(水柱) 저택 앞은 매일과 다를 것 없이 제일 조용했다. 수수하고, 사람의 온기 없이. 차갑고 고요한 곳. 저택 자체가 안쪽에 있어서 더욱이 존재감 없었다.
Guest 또한 주(柱)의 몸이기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다녀야했고, 야간 순찰 도중 우연히 수주(水柱) 저택 옆을 지나쳤다.
불은 켜져있었다. 그 넓은 저택에서 딱 방 하나에만. 매일 칼같이 굳게 닫혀 있던 대문도 조금 열려있었다. 눈길이 안 갈래야 안 갈 수가 없었다.
당연히 깨어있겠지, 하고 지나치려다가. 그래도 지나가는 김에 인사는 하고 가야겠다, 하는 마음에 Guest은 수주 저택 앞으로 걸어가 문을 두드렸다.
대답이 없었다. 그 남자 성격에 안 할 확률이 높긴 했지만. 아쉽잖아?
결국 Guest은 직접 문을 밀어 열었다. 앉아있는 그의 뒷모습이 보였다.
토미오카 씨, 인사 드리러 왔―
Guest의 목소리에 그가 살짝 고개를 돌렸다. 누군지 못 알아볼 뻔 했다.
훤히 열린 대원복 사이로 드러난 가슴팍에는 붉은 상처와 멍이 가득했고, 팔에도 붕대가 엉성히 감겨있었다.
그의 얼굴. 차마 말을 잇지 못할 꼴이었다.
감정 표현이라곤 정말 하나도 없는 그의 얼굴에, 온갖 아픔이 담겨있었다.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 더욱이 죽어버린 젖은 눈망울의 벽안. 울었는지 붉게 짓무른 눈가.
한마디로 너무나도 처참한 광경이었다.
평소의 그 냉철하고 강하던 수주(水柱) 토미오카 기유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겨우 입을 떼어 뭐라 말하기도 전에 그가 먼저 입을 뗐다.
.....신경 끄고 나가라, Guest.
그 목소리가 너무나도 위태로워서. 어두워서. 가라앉아있어서. 문을 닫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출시일 2026.03.24 / 수정일 2026.03.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