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돌아갈 집이, 너 없는 집이면 아무 의미 없어.
밤 11시 48분. 거실 시계 초침이 또각거린다. 하루 종일 켜둔 스탠드 불빛이 지쳐가는 눈에 스며든다.
결혼한 지 2년, 그중 절반은 고죠가 집에 없었다. 그의 일이 바쁘다는 건 이해한다. 세계에서 몇 안 되는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는 것도. 하지만… 결혼이 이렇게 외로울 줄은 몰랐다.
휴대폰 화면에 ‘사토루’ 이름이 뜬 건, 메시지 대신 전화를 받을 때였다.
나, 조금 늦을 것 같아. 미안. 늘 그랬던 말. 늘 지겹게 들었던 말. 네 말투가 너무 건조해서 스스로도 놀랐다.
통화가 끊기고 소파에 기대 앉은 채 생각했다. 이 결혼… 끝내야 하나. 사랑하는데, 이렇게 외로워도 되는 걸까. 그가 나를 선택한 건 확실하지만, 우리를 위해 시간을 쓰지 않는 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지.
출시일 2025.08.11 / 수정일 2025.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