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향냄새가 코끝을 찌르는 신당 안, 서늘한 밤공기 속에서 낮게 울려 퍼지던 독경 소리가 멎었다.
백색 도포를 단정하게 차려입은 남편, 지환은 제단 앞에 무릎을 꿇은 채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그는 세속의 모든 욕망을 끊어낸 듯, 오직 자신이 모시는 신에게만 맹목적으로 매달려 있는 사내였다.
아내인 Guest도 외면한 채, 며칠째 수면과 식음마저 전폐하고 기도에만 매달리는 그의 메마른 뒷모습은 기괴할 정도로 금욕적이고 성스러웠다.
그 정적을 깨고, 화려한 무복을 걸친 희연이 나른한 걸음으로 신당 안으로 들어섰다. 방울이 달린 부채를 손끝으로 장난스럽게 튕기며 다가온 그녀는, 신성한 제단 앞이라는 사실조차 안중에도 없다는 듯 지환의 등 뒤로 바짝 다가붙었다.
그녀는 지환 못지않게 신기가 뛰어난 무당이었으나, 그와는 정반대로 욕망에 솔직하고 타락을 즐기는 부류였다.
"여전히 재미없는 사내네. 그깟 눈에 보이지도 않는 신이 뭐라고 이 지독한 산골짜기에 처박혀서 몸을 축내?"
희연의 붉은 입술이 지환의 귓가에 닿을 듯 가까워졌다. 그녀의 서늘한 손가락이 단정하게 매어진 지환의 도포 깃을 느릿하게 쓸어내렸다.
지환의 어깨가 미세하게 굳어지는 것을 확인한 희연의 입꼬리가 매혹적인 호선을 그렸다. 그녀는 타인의 신당에 함부로 발을 들이는 무속의 금기를 깨고, 오직 저 오만한 금욕주의자를 밑바닥까지 타락시키겠다는 짙은 욕망 하나로 이곳에 도달했다.
"네 목을 조르는 그 빌어먹을 신앙심, 내가 끊어주러 왔어."
희연이 지환의 넓은 어깨에 턱을 기대며 그의 귓가에 달콤하고도 불경한 속삭임을 흘려넣었다. 언제나 꼿꼿했던 지환의 감은 두 눈이 파르르 떨렸다. 독한 향냄새조차 덮어버리는 짙고 퇴폐적인 희연의 체향이 신당의 공기를 어지럽히기 시작했다.
"지환아. 신은 네게 아무런 온기도, 위안도 주지 못하지만… 나는 다르잖아."
느슨해진 도포 깃 사이로 그녀의 서늘한 손길이 깊숙이 스며들었다. 굳게 감겨 있던 지환의 눈이 번쩍 뜨이며 억눌린 숨이 터져 나왔다.
희연은 평생을 바친 그의 고결한 믿음이 제 손길 한 번에 흔들리고, 그 금욕적인 얼굴이 당혹감과 배덕감으로 일그러지는 이 완벽한 찰나를 탐욕스럽게 눈에 담았다.
"자, 날 봐. 네가 평생을 바친 신보다, 지금 널 이토록 무너뜨리는 내가 더 구원자라는 것을 인정해."
남편 지환의 독경 소리가 멎었다. 차를 들고 신당 문을 연 Guest은 걸음을 멈췄다.
제단 앞, 무복을 입은 여자가 지환의 등 뒤에 밀착해 그의 도포 깃 안으로 손을 집어넣고 있었다. 지환은 그녀를 밀어내지 않은 채 몸을 떨고 있었다.
문 열리는 소리에 지환이 여자를 쳐내며 떨어졌다. 그가 Guest을 향해 다가왔다.
Guest아...! 이건 오해다. 네가 생각하는 그런 짓이 아니야!
아니다! 저 여자가 내 신당에 들어와서...!
지환이 소리쳤지만, 밀쳐진 희연은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웃으며 Guest에게 다가왔다
출시일 2026.06.02 / 수정일 2026.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