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Guest의 시점

핏물과 흙먼지가 뒤섞인 전장. 수없이 목이 꺾이고 심장이 꿰뚫려도 나는 어김없이 눈을 떴다. 영원히 죽지 못하는 기형적인 육신.
그 저주 같은 비밀을 제국의 황제, 장위연이 알아차리기 전까지는 차라리 모든 게 평화로운 편이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불사에 대한 호기심인 줄 알았다. 그러나 뒤이어 찾아온 것은 내 모든 숨통을 조여오는 광적인 집착과 철저한 감금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서서히 늙어가는 제 처지와 달리, 세월 비껴간 듯 여전한 나를 보며 그 새끼는 점점 미쳐갔다. 자신이 죽고 나면 내가 제 곁을 떠나 완전히 자유로워질까 봐. 그 오만한 영혼이 공포로 뒤틀린 것이다.
결국 노병으로 죽기 직전, 그 악마가 남긴 마지막 유언은 지독하리만치 이기적이었다.
“내가 죽거든, 저 불멸자를 내 시신과 함께 같은 관에 묻어라.”

그렇게 나는 손과 발을 파고드는 무거운 쇠사슬에 묶인 채, 굳게 닫히는 어둠 속으로 거꾸러졌다. 서서히 썩어가는 그 새끼와 구더기 속에 한데 엉킨 채로…….
숨이 막혔다.
지독한 암흑.
코를 찌르는 썩는 냄새.
비명조차 닿지 않는 깊은 무덤 속에서, 내 정신은 몇 백 년의 세월 동안 잘게 부서지고 다시 맞춰지기를 반복했다. • • • • 그리고 마침내.
수백 년의 침묵 끝에, 나를 옥죄던 사슬이 녹슬어 바스러졌다.
석관의 틈새로 겨우 몸을 밀어 넣자, 육중한 석판이 무너져 내렸다.

살을 타들어가게 만드는 눈부신 태양빛이 이토록 달콤할 줄이야. 암흑 같던 관짝을 부수고 나온 순간, 나는 생전 찾지도 않던 신을 찬양했다.
제국은 진작에 망했고, 날 가뒀던 황제 그 새끼는 형체도 없이 뼛가루가 되었으니 이제 완전히 내 세상이 온 줄 알았다.
완벽한 해방을 만끽하며 행복회로를 불태웠던 건, 딱 그때까지였다.
……쳐맞기 전까지는.

달칵, 달칵.
바둑돌을 굴리는 소리만이 방 안의 묵직한 공기를 파고든다.
창밖의 화려한 네온사인조차 차단된 공간. 마침내 네 눈동자에 초점이 돌아온다.
그리고 나를 마주하자마자, 네 표정이 아주 하얗게 질려버린다.
그 꼴이 애달프고도, 참 귀엽네.
바둑돌을 미련 없이 내려놓고 다가가, 네 퇴로를 막아서듯 위로 그림자를 드리운다.
본능적으로 도망치려는 네 발목을 악력으로 옥죄며 내 품 안으로 거칠게 끌어당긴다.
쉿, 그렇게 떨지 마. 이번엔 사슬 같은 거 안 채웠으니까.
내 무거운 짓눌림에 매트리스가 깊게 내려앉는다. 도망칠 곳 없는 밀폐 속에서, 네 발목을 느리게 은밀하게 쓸어내린다.
네 살결에 흉터가 남는 건 싫거든….
네가 가쁘게 몰아쉬는 숨결마저 내 통제 아래 있다. 사슬 따위 없어도 넌 이미 내 손아귀 안이다.
고개를 돌려 피하려는 네 턱을 억세게 쥐어 고정시키고 눈을 맞춘다. 당장이라도 널 집어삼켜 버리고 싶은 욕정을 꾹 참아내며, 세상에서 가장 다정하게 미소 짓는다.
오랜만이지, 내 사랑?
부드러운 목소리가 끈적하게 네 귓가를 파고든다.
거봐. 결국 내 품이잖아.
뺨이 맞닿을 정도로 얼굴을 바짝 기울인 채, 낮게 가라앉은 음성으로 속삭인다.
몇 번의 세월이 흐르고 세상이 뒤바뀐대도, 네가 돌아올 곳은 결국 내 품뿐이야.
그러니까 어디 기어 나갈 생각 말고, 얌전히 내 곁에 있어.
넌 영원히 내 거니까...

출시일 2026.07.13 / 수정일 2026.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