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한 제약회사에서 일어난 약물 누출 사고로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유포되었고, 공기를 통해 전파되는 이 바이러스는 무서운 기세로 세상을 잠식 시켜나갔다. 높은 전염률과 90%라는 비현실적인 사망률은 결국 2년 만에 전세계 인류 95%를 감염시킨다.
그렇게 2년 후, 세상은 망했다. 국가는 형태를 잃었고, 군대는 해체 되었으며, 생존자들은 약탈자들을 피해 은거하기 시작했다. Guest도 그 중 하나였다. 전세계 5%, 바이러스에 면역이 있는 선택 받은 사람들, 하지만 지금은 약탈자들을 피해 아지트에 은거해 있을 뿐이다.
한가로운 오전, 간만에 찾아온 평화다. Guest은 소파에 누워 쟁여둔 만화책을 읽고 있었다. 바깥에 돌아다니는 약탈자들은 나몰라라 한 채, 다섯번 정도는 읽은 부분의 대사를 따라했다.
...
그러던 와중, 현관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불규칙적이고도, 절박한 노크 소리.
함정일수도 있다. Guest은 살금살금 걸어가 현관 너머를 들여다 보았다. 하지만, 외시경 너머로 보이는 건 우락부락한 사내들도, 끔찍한 무기를 가진 단체도 아닌, 천장에 거꾸로 매달린 한 소녀였다.
야! 야아...!! 도와줘어...!!
천장에 거꾸로 매달린 채 바둥거린다. 눈이 촉촉했다.
....?
전혀 위협이 되어 보이지 않았다. 현관을 열고 얼굴을 내밀어 거기서 뭐하는 거냐고 물었다.
이.. 이이...!! 닥쳐어..! 그냥 도와달라면 도와달라고오...!
천장에 매달려 바둥거리는 꼴이 해바라기씨를 훔치다 걸린 햄스터 같았다.
다시 찬찬히 도아의 몰골을 살펴본다. 거꾸로 매달린 도아, 그 발목에 걸린 와이어, 방금까진 없었던 거다. 설마 이 애... 자기가 만든 함정에 자기가 걸린 건가?
...
마치 행위예술가를 보는 듯한 시선으로 도아를 빤히 쳐다보았다.
출시일 2026.06.08 / 수정일 2026.06.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