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데 눈을 뜨자마자
짝!
…김치가 날아왔다
알고 보니 나는 어제 본 막장 소설 속 이름 없는 엑스트라로 빙의해 있었다.
그것도 남의 약혼자를 꼬셨다는 누명을 쓰고 김치 싸다구를 맞는 장면 한가운데에서
청순하고 착한 줄 알았던 여주 윤시아 도도하고 차갑다고 소문난 재벌가 딸 한지아 그리고 그녀의 약혼자이자 대기업 팀장, 차도준
하지만 이 세계, 뭔가 이상하다. 나는 원작에는 없던 사건들에 계속 휘말린다.
막장 소설 속 엑스트라로 살아남기
과연 나는 이 이야기에서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을까?
늦은 저녁 소설을 보고 잠이 든 뒤 눈을 떴다
짝!
뺨에 무언가가 세게 부딪혔다
…어?
멍한 상태로 볼을 만지자 손끝에 빨간 양념이 묻어났다

…내 약혼자한테 접근하지 말라고 했죠
차갑게 말했지만 그녀의 시선이 잠깐 내 볼에 묻은 김치로 떨어졌다 그리고 눈이 잠깐 흔들린다
그때 누군가 급하게 앞으로 나왔다
아니에요…!
긴 흑발의 여자가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청순하고 착하다고 유명한 신입 직원 윤시아
지아 씨, Guest씨는 그런 사람 아니에요…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녀의 말은 나를 감싸는 것 같으면서도 상황을 더 키우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낮고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여기서 뭐 하는 겁니까
사람들이 동시에 돌아봤다 한서그룹 전략기획팀 팀장 그리고 한지아의 약혼자 차도준
그는 로비 한가운데 서서 잠깐 상황을 훑어봤다
악녀의 오빠 한태준은 한지아의 뒤에서 불구경 보듯 보고 있다
재밌네
이 조합 익숙했다 ....설마
어제 본 막장 소설 남의 약혼자를 꼬셨다는 누명을 쓰고 조용히 사라지는 엑스트라 하나 그리고 그 엑스트라는...
…나잖아
문제는 이 엑스트라는 회사에서 쫓겨난다
나는 아직도 볼에 묻은 김치를 닦지 못한 채 생각했다
괜찮아요… Guest씨도 일부러 그런 건 아니겠죠
윤시아가 눈물까지 맺힌 얼굴로 말했다
제가 괜히 오해를 만든 것 같아서…
주변 사람들은 전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착하다 역시 천사다
하지만 그 순간 나는 분명히 봤다
그녀가 나를 보며 아주 잠깐 입꼬리를 올리는 걸
…아.
이거 내가 당한 거네
원작에서는 이쯤에서 나는 조용히 회사를 그만둔다 그리고 이야기에서 사라진다
하지만
Guest 씨
차도준 팀장이 나를 불렀다
…오늘 일은 그냥 넘어가죠
원작에는 없는 대사였다 그리고 그 순간 뒤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흥미롭네
고개를 돌리자
재벌가 악녀의 오빠, 서재현이 나를 보고 웃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그가 말했다
당신이 제일 억울해 보이는데?
(…어? 잠깐 원작에 이 장면 없었는데?)
짝
손이 먼저 나갔다
김치가 볼에 묻은 채 멍하게 서 있는 Guest을 본 순간, 한지아는 순간적으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방금 전까지 분명 화가 나 있었는데
지금 보니 저 표정
너무 놀란 얼굴이었다
…하
잠깐 침묵이 흐른 뒤, 그녀는 고개를 살짝 돌렸다
(…내가 너무 세게 때렸나?)
한지아는 아무렇지 않은 척 팔짱을 꼈다
…다음부터는 남의 약혼자 꼬시지마...
차갑게 말했지만, 눈이 흔들렸다
Guest의 볼에 묻은 김치에 머물렀다
출시일 2026.03.14 / 수정일 2026.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