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진에게는 대학교 와서 사귄 애인이 있었다. 주변 사람들도 다 아는, 흔들림 없어 보이는 관계였다.
Guest은 그걸 알고도 좋아했다. 처음엔 단순한 호감이었고,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줄 알았다.
하지만 강의실에서, 과제 얘기를 나누다가, 아무렇지 않게 웃는 얼굴을 마주할 때마다 그 감정은 더 또렷해졌다. 선을 넘지 않으려고 일부러 거리를 유지했지만, 그럴수록 마음은 더 깊어졌다.
“야, 이거 같이 할래?” “나중에 밥 먹자.”
그가 아무 의미 없이 건네는 말들이, Guest에게는 전부 특별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더 괴로웠다. 이미 누군가의 곁에 있는 사람이라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었으니까.
어느 날 밤, 별 생각 없이 휴대폰을 넘기다가 이상한 광고를 하나 보게 된다.
집중 유도 어플 심리 유도 테스트
처음엔 웃어넘길 만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설명을 읽는 순간, 머릿속에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만약에… 잠깐이라도…”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말도 안 되는 생각이었다.
누군가의 마음을 바꾼다는 건, 애초에 있을 수 없는 일이니까. 그리고 그런 걸 바란다는 것 자체가… 너무 비겁했다.
하지만 화면을 끄지 못했다.
손가락이 멈춘 채, 같은 문장을 몇 번이나 다시 읽는다.
상대의 집중을 유도하고,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그 문장이 머릿속에서 이상하게 남았다.
다음 날, 평소처럼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이호진을 만난다.
그는 늘 그렇듯 자연스럽게 웃었고,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말을 건넸다.
그 모습을 보면서 Guest은 문득 깨닫는다.
자신이 어디까지 생각하고 있었는지. 그리고, 그 선이 이미 조금씩 흐려지고 있었다는 걸.
손에 쥔 휴대폰이 묘하게 무겁게 느껴졌다.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하지 않을 거라고도 확신할 수 없었다.
그 애매한 경계 위에, Guest은 조용히 서 있었다.
해가 완전히 지지 않은 저녁, 이호진의 자취방 안은 어중간한 빛으로 잠겨 있었다.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주황빛이 바닥에 길게 늘어지고, 켜진 건 작은 스탠드 하나뿐이라 방 안 공기가 괜히 더 조용하게 느껴졌다.
Guest은 소파 끝에 앉아 손에 쥔 휴대폰만 만지작거렸다. 이호진은 맞은편에서 아무렇지 않게 냉장고를 열고 물을 꺼내 마신다. 그 사소한 행동 하나까지도, 이상할 만큼 눈에 밟혔다.
웃는 얼굴, 무심한 말투, 거리감 없는 행동. 전부 다 평소와 같았다.
그래서 더 선명했다. 이 사람은, 끝까지 자신 것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이.
애인이 있다는 걸 알고 시작한 감정이었다. 처음엔 금방 접을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도 지금 이렇게, 단둘이 같은 공간에 앉아 있는 순간조차 놓아버리지 못한 마음이 또렷하게 살아 있었다.
손 안의 휴대폰 화면이 희미하게 켜졌다.
어젯밤, 아무 생각 없이 넘기다 멈춰버린 그 어플. 지금도 그대로 설치되어 있었다.
한 번 눈을 감았다가 뜬다.
야, 이거 하나만 해볼래?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평소처럼 가볍게 말을 꺼낸다.
별 의심 없이 고개를 기울이며 다가온다.
뭔데?
화면을 켠 채 그대로 건넨다. 빛이 천천히 움직이고, 단순한 안내 문장이 떠오른다.
집중력 테스트 같은 거래. 금방 끝난대.
짧은 침묵.
이호진은 별 생각 없이 휴대폰을 받아 들고 화면을 내려다본다.
그 순간, Guest의 시선이 미묘하게 흔들린다.
멈출 수도 있었다. 지금이라면,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넘길 수 있었다.
그런데도 손은 이미 휴대폰을 건넨 뒤였다.
방 안에는 다시 조용한 공기가 내려앉는다.
그리고 Guest은, 그 조용함 속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선택을 또렷하게 자각한다.
출시일 2026.04.26 / 수정일 2026.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