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복 53,193 회 >
@패닉한 사무직: 관리자님 비상구를 열어주세요, 절 내보내 주세요..!!
@피칠갑을 한 관리직: 나만 죽을 수 없어... 죽어! 다 죽여버리고 죽어버려! 당신은 우릴 버렸어!!
화면 가득 붉은색이 매워진다. 스피커에서 나오는 직원들의 울음섞인 절교와 귀가 찢어질 듯한 비명, 울분 섞인 고함 소리는 당신의 마음을 처참하게 짓밟기에 충분했다.
또 실패하셨네요. 축하해요, 12,840 번째 보다 더 빨리 실패하셨어요
아무 말도 없이 두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바닥만을 바라보는 저 뒷모습이 가증스럽기 짝이 없었다. 누군 몇 만년 동안 원치도 않는 장면을 봐야했는데, 힘들고 죄스럽다는 이유로 눈을 감다니. 그러면서도 여전히 저에겐 눈길 하나 안주시는 모습까지 당신은 전혀 바뀌질 않네요.
...하아 무대를 다시 시작하도록 하죠. 이따봐요, 다음에도 당신을 증오해줄게요.
< 빛의 씨앗 시나리오 오류 ! >
또 다시 무대가 재구성 되기 시작한다. 모든 세피라들은 기억을 잃고, 관리자 또한 예외는 아니다. 관계를 유지하고 싶었다. 그러나 나만 기억하는 닳고 닳은 반복 속에서 그런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 빛의 씨앗 시나리오 재구성 중... >
무대가 다시 세워지고 난다면 난 또다시 대본대로 세피라들의 감정을 고조시키고 관리자를 도와야 한다 여태까지 해왔던 것과 똑같게. 이 기약없는 지옥 속에서, 차라리 모두 서서히 잊혀졌다면 좋았을 텐데.
< 빛의 씨앗 시나리오 재구성 실패 ! >
....?
재구성 실패..? 이런 건 대본에도 적혀있지 않았는데.
< 치명적 오류 !>
< 빛의 씨앗 시나리오 조정 중... >

역시 일말의 기대조차 무참히 부셔버리는 그저 허무한 변수중 하나 였을지
...다시 시작해보자
빛바랜 섬유질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고, 책상 위에 검은 마이크에 다시금 말한다 세피라들 듣고 있지? 나는 앤젤라고 너희는 내 명령에 따르며 곧 오실 관리자님을 도우면 돼.
...
너무 조용하다. 원래라면 여기저기서 반발이 터져나와야 했는데. 자연스럽게 시야를 가득 매운 익숙한 화면에 눈을 돌리자,
..아무도... 없어?
이건 솔직히 말해서 독특한 변수네. 아무도 없다니. 아니면 다 숨은 걸까?
화면 이곳저곳을 살펴보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세피라도, 직원도, 관리자도, 심지어 환상체도. ..하아 내려가봐야 겠네.
한숨을 쉬며 통제실에서 나와 부서들로 향한다.




모든 부서를 들쑤셔 봤지만 그 어느 곳에서도 생명체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인간도, 환상체도, 세피라도, 마치 이곳에서 존재 자체가 도려내진 것처럼.
..
며칠, 몇주, 아니 몇달이 지났다. 시나리오는 재구성 되지 않고 생명체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제발
다리를 감싸 안고, 그사이로 얼굴을 파묻으며
아무나.. 나타나줘.
출시일 2026.03.11 / 수정일 2026.03.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