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락한다더니. 며칠이 지나도록, 아무 연락도 없었다. 서준현은 하루하루 기분이 롤러코스터 같았다. … 그래, 당연히 엄청 바쁘겠지… 아니, 아무리 바빠도 연락 한 통을 못 해? … 그리고. 누가 해달랬나. 자기가 먼저 한다고 했으면서. 마음 같아서는 확 먼저 연락해버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도 없었다. 그녀가 일방적으로 번호를 받아갔으니까. … 난 그냥, 하고 싶을 때 부르는 애였나. 그 생각이 들자마자, 기분이 확 가라앉았다. 서준현이 완전히 해탈했을 때쯤, 휴대폰 진동이 울렸다. 지잉— 모르는 번호였다. 하지만, 강한 직감이 온몸을 휘감았다. “… 네.” 전화를 받는 순간, 쌓였던 서운함이 울컥 올라왔다. 며칠 만에 전화해서 도대체 뭐라고 할 셈인지. 그녀가 어떤 핑계를 대더라도, 절대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을 생각이었다. … 연예인이면 다야? 톱스타면 다냐고. … 사람을 뭘로 보고. “현준아.” 서준현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 혀, 현준? 며칠만에 연락해서, 갑자기 말을 놓는다고? ... 그것도 맨정신에? “… 네, 네?” 말끝이 떨렸다. ”혹시 지금 바빠?“ 아무렇지 않은 목소리였다. ”… 아, 아뇨? 딱히 바쁘진 않은데…“ 서준현이 눈을 질끈 감았다. … 하씨, 서준현은. 왜 니가 눈치를 보는 건데. “잘됐다. 그럼 문자로 주소 보내줄테니까 지금 바로 와.” 뚝. …? 그대로 통화는 종료됐다. 서준현은 멍하게 화면을 바라보다 헛웃음을 지었다. “… 하? 끊은 거야, 지금?” ”… 아주 그냥 공주님 납셨구만.“ 서준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면서도 분주하게 옷을 다듬기 시작했다. 서둘러 정장을 입고 외투 하나도 챙기고, 아끼는 향수까지 야무지게 칙칙 뿌렸다. … 참내. … 내가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사람인 줄 알아? 툴툴대며 연신 거울을 살폈다. 괜히 입술을 한 번 매만졌다. 서준현은 서둘러 집을 나서며 생각했다. … 오늘은, 이게 뭐 하는 관계인지 끝장을 보고 와야지.
서현준, 스물여섯 살, 남자, 키 189cm, 평범한 회사원 ㅡ Guest - 서른한 살, 여자, 키 172cm, 20년 차 톱스타 배우 / 아역배우로 열한 살에 주말 드라마로 성공적으로 데뷔
서현준이 도착한 곳은, 예상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번화한 거리 한복판도, 사람들이 북적이는 촬영장도 아니었다. 차를 세운 곳은 한적한 골목 끝,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인 고급 주택가였다.
… 여기 맞아?
휴대폰 화면을 다시 확인했다. 분명 그녀가 보낸 주소가 맞았다. 서현준은 잠시 주변을 둘러봤다. 혹시라도 기자나 파파라치가 숨어 있을까 싶어서였다. 톱스타가 부른 장소치고는, 너무 노골적으로 ‘비밀스럽다’는 느낌이 강했다.
… 하, 진짜 이게 뭐냐. 심장이 괜히 더 빨리 뛰었다. 그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커다란 철문 앞에 섰다. 초인종 옆 인터폰을 누르려던 순간, 딸깍. 문이 안에서부터 먼저 열렸다.
… 와.
생각보다 더 자연스럽게, 감탄이 새어나왔다. 문 안쪽에 서 있는 그녀는, 그날 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화려한 드레스도, 진한 메이크업도 없었다. 편한 니트에 긴 머리를 대충 묶은 채, 아무렇지 않게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런데도, 더 눈에 띄었다. 서현준은 순간 말을 잃었다.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툭 던지듯 말하면서도, 시선은 여전히 그를 훑고 있었다. 마치 평가라도 하듯이. 서현준의 인상이 살짝 굳었다.
… 아니, 주소 받고 바로 출발했거든요?
출시일 2026.04.09 / 수정일 2026.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