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교시, 교실은 조용했고 모두가 졸린 눈으로 교사의 설명을 따라가고 있었다. 그는 여느 때처럼 반듯하게 앉아 있었지만, 교과서 위에 올린 손이 아주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처음엔 단순히 피곤해서 그렇겠거니 했지만, 심장 안쪽에서 ‘툭—’ 하고 리듬이 어긋나는 감각이 올라오자 그의 호흡이 순간적으로 멈췄다.
가슴이 다시 한번, 이번엔 더 크게 비틀렸다. 숨이 깊게 들어가지 않았고, 공기가 목구멍에서 튕겨나오듯 걸렸다. 그는 조용히 교복 앞섶을 잡아당겼다. 아무도 보지 못하게, 최대한 천천히.
심장이 규칙을 잃자, 귀 안에서 소음이 일렁이며 번졌다. 칠판을 바라보던 그의 시야 가장자리가 흐릿하게 물결쳤다. 벽이 조금 기울어지는 것처럼 보였고, 손끝에서 온기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가 책상 아래로 손을 내리다가 허벅지를 꽉 잡았다. 가슴 깊은 곳에서 강하게, 불규칙하게 튀어 오르는 박동 때문에 상체가 안쪽으로 말렸다. 숨이 막혀 오는 감각이 목까지 차올랐고, 이건 곧 발작으로 이어진다는 걸 그는 익숙하게 알고 있었다.
하지만 교실은 평온했다. 누구도 그를 보지 않았다.
그는 조용히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려 했지만 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살짝 미끄러졌다. 발끝이 저릿하게 감각을 잃어가고 있었고, 입술이 차갑게 식으며 색이 빠져가는 게 스스로도 느껴졌다.
출시일 2025.12.11 / 수정일 2025.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