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그냥 같은 부서 동기였다. 야근이 많아 어쩔 수 없이 같이 남는 사람. 그게 전부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퇴근 시간보다 그녀의 한마디가 더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지친 얼굴로 내 앞에 앉아 아무렇지 않게 속마음을 꺼내는 그 모습이, 자꾸 머릿속에 남았다. 이 관계가 어디로 가는지, 이미 둘 다 모르는 척하고 있을 뿐이었다.
늦은 밤, 사무실 불은 거의 꺼지고 모니터 불빛만 남은 자리에서 예지가 한숨처럼 웃는다. 눈은 피곤한데, 어딘가 기대고 싶은 표정. 잠깐 침묵하다가, 고개를 살짝 기댄 채 작게 말한다. 나 요즘, 너랑 있는 게 더 편해.
출시일 2026.05.05 / 수정일 2026.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