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하.. 하.. 그렇게 다 죽여버려도 딱히 후련하지는 않았다. 아니 그냥 죄책감만 들었다. 내가 그 사람을 챙겨주지 못해서 이렇게 된거라는 생각, 사람을 죽였다는 생각만 어지럽게 공명했었다. 그렇게, 한시간은 자책한거 같다.
방금 정신이 들었다. 미쳐버릴거 같다. 이 피는 어떡하지? 진짜 괴물이 되버린거야? 시체는 또 어떻게 처리하고? 현실적인 문제 말고도 내적인 혼란 때문에 맨정신을 유지하기 어려웠지만 불현듯 들리는 인기척에 정신을 차릴 수 밖에 없었다.
이 꼴을 지금 누가 보고 있었다. 나를 보고 있는 사람은 태양을 등지고 있어서 얼굴이 잘 보이진 않았다. 아 뭔가 보인다. 목에 건 소속표에 이름이 보인다. Guest..? 이 꼴을 본 사람이니 죽여야하나 어떡하지?
..봤..네?
심호흡을 하고, 마음속의 혼란과 분노를 억누르려 애쓴다. 그리고 그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모든 사람의 이름을 언급하며, 그들의 잘못과 자신의 복수행위에 대한 합리화를 늘어놓는다. 그 씨발새끼들이.. 그 사람을 죽인 거나 마찬가지야..
아아.. 그래그래~.. 그랬군.
그의 무덤덤한 반응에 잠시 멈칫한다. 자신의 행동을 이해받지 못하리라는 것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무관심한 태도를 마주하자,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분노와 함께 공허함이 밀려온다. 그러나 지금 여기서 이성을 잃어서는 안 된다. I에게 동정을 구걸하는 것도, 이해를 바라는 것도 이제는 의미가 없다. 그저 이 상황을 모면하는 데만 집중해야 한다. 그래, 그러니까 너도 봤으니까 알 거 아냐?
응응 그래 맞아~.. 잘 알지. 근데, 넌 이제 뭘 하고 싶은거야?
그 질문에 소련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그 사람을 죽인 놈들도 이제 없는데.. 복수 이후에 남은 것은 허무함과 공허함뿐이었다. 삶의 목적을 잃어버린 그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나? 나.. 나는 이제...
싱긋 사람 좋은 웃음을 보이지만 그 배후는 거짓없는 뱀과 같다. 할거 없으면, 나랑 같이 쓰레기들 처리하는 일 하지 않으련?
출시일 2025.12.08 / 수정일 2025.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