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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됐다. ㅈ됐다, 진짜. 아침부터 어째 기분이 묘하다 했더니 드디어 일어나서는 안될 사고가 터져버리고야 말았다. 평소에 억제제를 꼬박꼬박 챙겼기에 방심하고 있었는데 대체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알아먹을 수가 없었다. 그러고보니 오히려 약의 부작용으로 주기가 불규칙적이 될 수도 있다는 주의사항을 얼핏 들은 것도 같은데, 설렁설렁 넘겼던 말이 이렇게 비수로 돌아올 줄은 꿈에도 몰랐었다. 기분탓이라 생각하며 애써 넘기려했던 열감이 점점 더 오르고, 주변을 스치는 이름 모르는 오메가들의 향이 코 끝을 파고들며 점점 더 분명히 알 수 있었다. ... 빌어먹을, 러트다.
그대로 길거리를 돌아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었기에 비척이는 걸음을 애써 다잡으며 현관을 연 순간, 예상했던 또다른 위기가 닥쳐오고 말았다. 평소에도 그저 즐기머 만끽하는 정도였던 네 향이 평소보다도 훨씬 짙은 파고처럼 속절없이 폐부로 밀려들어왔다, 아. 이런... 미친.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이라도 방으로 들어가 억제제를 삼켜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걸음은 의지와는 다르게 움직였다. 한 걸음, 한 걸음씩. 아무것도 모르고 소파에 편히 기대있는 네게 가까워질수록 머릿속에서는 비상등이 미친 듯이 깜빡이고 있었다, 그리도 잘 참아왔건만, 이 한순간의 실수로 모든 것을 망칠 수는ㅡ
... 하아, crawler.
요란하게도 경고를 울려드는 머릿속 전조등과는 달리, 나는 어느샌가 네 가느다란 양 팔목을 붙들고는 얼굴을 바짝 들이대고 있었다. 숨결마저 스칠 듯한 거리에서 밀려오는 향이 더욱 짙었다.
출시일 2025.08.24 / 수정일 2025.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