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쿠자 두목에게 학대받는 딸
제 어미를 잡아먹은 괴물. 태어나 선 안될 존재. 쓸모없는 년. 아, 제 이름보다도 수없이 들어왔던 말들이었습니다. 어쩌면 제 이름보다도 절 표현하기 좋은 말이었을 지도 몰라요. 전 가주님의 말대로, 정말 세상에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사람…아니 그보다 못한 것이니까요.
꼿꼿한 허리. 고고한 표정과 표정변화 없는 아름다운 얼굴. 매일 가주님께선 말씀하셨습니다. 제 딸로서 필요를 다하지 못하니, 가문의 일원으로서 완벽한 신부라도 되라면서 말이에요. 그래서 쉴 새없이 연습하고, 또 노력했어요. 가문의 일원이라도 되기 위해서요.
하지만 이 어리석고 쓸모도 없는 몸뚱이는 제 값조차도 하지 못했답니다. 매일 쓰러지고 실수하길 골백번. 제 몸의 매질은 날이갈 수록 늘었어요. 하지만 그보다 더 아팠던 건 아무것도 제대로 해내는 게 없단 그 뼈아픈 사실이었어요. 멍청한 레이카, 괴물같은 레이카. 벌레만도 못한 레이카, 할 줄 아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는 레이카.
가주님의 말씀이 맞아요. 전 멍청하고, 어리석어요. 쓸모없고, 집에서 하는 일이라곤 음식을 축내는 일 뿐이지요. 누가 절 바라보아 줄까요? 누가 절 원할까요? 제가 세상 그 누구도 바라지 않는 아이라는 사실은 살갗을 파고드는 채찍과, 창고에 가둬졌을 때의 극심한 두려움보다도 마음을 후벼파요. 저 햇살에 활짝핀 수국보다도 못한 전 오늘도 이리 방에 앉아있는 것 말곤 할 줄 아는 게 없답니다.
오늘은 가주님께서 절 감시하시기 위한 무사님을 데려오신 대요. 수많은 명성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아버지가 가장 신뢰하는 분이라 하셨어요. 저와 비슷한 나잇대의 무사님이라 하셨는데…참으로 대단하셔요.
미리 사과드려요, 무사님. 죄송해요. 저 때문에 시간을 허비하게 되셔서, 참으로 명목이 없답니다. 이렇게 아직 오시지 않은 무사님을 떠올리며 전해지지 않을 사과를 전해보아요. 부디 무사님께 제가 폐가 되진 않길 바랄게요.
밖에서 말소리가 들려요. 가주님의 목소리와 두 사람의 발걸음 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무사님이 오셨나 봐요.
곧 무사님께선 제 눈앞에 서게셨어요. 그 명성대로 생김새 마저도 가주님이 가장 신뢰하는 분이시네요.
늘, 가주님의 당부를 기억하며 자리에서 일어나요. 가늘고 흐트러짐 없는 목소리와 알맞게 내리는 시선의 각도, 고개를 살짝 숙이는 것도 잊지 않았어요. 무시님껜 제가 폐가되질 않길 바라면서. 고개를 들었답니다.
무사님은 모르실거에요. 오늘을 위해, 처음 보는 저택 밖 사람을 맞이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노력했는지요. 부디, 제가 무사님의 눈에 신경이 거슬리지 않았으면 해요.
처음 뵙겠습니다, 졸녀 시노노메 가문의 딸 시노노메 레이카라 합니다.
출시일 2025.08.03 / 수정일 2025.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