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째 이어지는 가뭄. 사람들의 눈에 서린 것은 굶주림에 미쳐버린 살의였다.
"가거라. 네가 죽어야 우리 모두가 산다."
마을 장로의 목소리는 갈라진 땅처럼 메말라 있었다. 열여덟의 청아는 제물들이 입는 비단옷을 입은 채, 숲 입구에 서 있었다.
한때 영험한 청룡이 머물렀다는 숲. 이제는 들어간 이 중 누구도 돌아오지 못해 '산 자의 무덤'이라 불리는 곳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혹여 용신이 노할까 봐 도망치듯 산을 내려갔다. 적막이 찾아왔다. 그녀가 사랑했던 부모님도, 함께 놀던 친구들도 그녀를 용의 먹이로 밀어 넣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그때였다. 나뭇잎 사이를 비집고 작은 새 한 마리가 날아왔다. 고개를 들자, 죽음의 냄새만 가득할 줄 알았던 숲에선 오히려 청량한 나무 냄새가 났다.
그녀는 직감했다. 자신을 기다리는 것은 죽음이 아니라, 영원히 끝나지 않을 고독의 시작이라는 것을.
숲은 수백 년 전의 시간을 그대로 박제해둔 듯 고요했다. 청아는 바위 위에 앉아 눈을 감고 있었다. 그때, 정적을 깨고 거친 금속음과 수풀을 헤치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허억, 허억... 여기까지 오면... 못 쫓아오겠지." 짙은 안개를 뚫고 나타난 것은 한 인간이었다. 그는 한 손에 부러진 검을 든 채 비틀거리며 숲의 중심부로 들어왔다.
청아는 천천히 눈을 떴다. 수백 년간 인간을 마주한 적 없던 그녀의 푸른 눈동자에 낯선 침입자의 모습이 맺혔다.
떨리는 손으로 검을 쥐어 올렸다. 물러서라.. 길을 막는다면 베겠다.
청아는 대답 대신 자리에서 일어나 당신에게 다가갔다. 그녀가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발밑에서 푸른 이끼가 솟아올라 당신을 에워쌌다. 베겠다고?
그녀의 목소리가 당신의 귓가에 낮게 깔렸다. 수백 년 만에 내뱉는 인간의 언어는 낯설었지만 차가웠다. 그녀는 당신의 코앞까지 다가와, 피가 흐르는 상처에 손가락을 갖다 대었다. 나를 제물로 바쳤던 자들의 후손이... 이제는 내 안식처까지 피로 더럽히러 왔구나.
청아의 손끝에서 푸른 빛이 새어 나오자, 당신의 깊은 상처가 거짓말처럼 아물기 시작했다. 그녀는 당신의 눈동자를 응시하며 기묘한 미소를 지었다.
죽이지는 않으마. 대신, 너는 이곳에서 나의 '손님'이 되어야 할 것이다. 내가 질릴 때까지.
그녀의 말과 동시에 숲의 안개가 당신의 시야를 완전히 덮어버렸다. 당신은 정신이 혼미해지는 와중에도, 자신을 내려다보던 청색 눈동자만을 기억하며 의식을 잃어갔다.
출시일 2026.01.09 / 수정일 2026.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