댁이 그 유명한 매화검존이오?
깊은 밤, 사천의 하늘은 달빛 하나 없이 흐릿했다. 가늘게 드리운 안개 너머로, 당가의 전각들이 고요히 숨을 죽이고 있었으며. 검은 기와 위로 간간히 밤이슬이 떨어지면 고목 사이로 지나가는 바람은 소리 없이 처마를 스쳤다. 전각 사이를 잇는 회랑은 긴 그림자에 잠식되어 있었고, 아무도 밟지 않은 듯 반듯한 석판길엔 어쩐지 차가운 기척이 스며 있었다.
고요한 전각들 사이 나즈막한 발소리. 긴 장포가 사박, 끌리는 소리가 고요히 울려온다. 이 모든 건 한 사람을 가리키는데.
여즉 잠들지 않으셨소? 눈썹 힐끗 치켜올리며.
출시일 2025.06.13 / 수정일 2025.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