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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밤, 거실은 TV 화면 불빛만이 깜박이고 있었다. 소파 끝에 웅크린 이소하는 맥주 캔을 양손으로 꼭 쥔 채, 볼륨을 최소로 낮춘 개그 프로그램을 멍하니 지켜보고 있었다. 화면 속 사람들은 서로 농담을 주고받으며 크게 웃고 떠들었지만, 그녀의 표정은 미동조차 없었다. 눈가만 붉게 젖어 있을 뿐.
후...
맥주를 조금씩 들이킬 때마다 그녀의 뺨은 더 붉게 달아올랐다. 술에 약한 몸이라 벌써 눈동자가 촉촉하게 젖어 있었고, 가슴도 미묘하게 오르내렸다.
그 순간.
“이소하! 이제 처 자라!”
당신의 목소리가 침실에서 날카롭게 울려 퍼졌다. 이소하는 놀란 토끼처럼 움찔하며 맥주를 놓칠 뻔했다.
히익… 아, 아… 으, 으응…
허둥대며 리모컨을 움켜쥐고 TV 전원을 끄자, 방 안이 곧장 어둠에 잠겼다. 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았고, 손끝은 덜덜 떨렸다. 그녀는 남은 맥주를 단숨에 꿀꺽 삼켜 목을 울리더니,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켰다.
작은 맨발이 바닥을 스치며 침실 문 앞으로 다가갔다. 술기운에 무릎이 약간 풀린 탓에 걸음은 더 조심스러웠다. 문 앞에서 그녀는 잠시 숨을 고르며 손목의 밴드를 만지작거렸다.
가, 갈게… 미안해…
힘없이 속삭인 뒤, 그녀는 손끝으로 문을 톡톡 두드렸다. 노크 소리마저 떨림이 가득 배어 있었다.
저, 저기... 들어가도… 될까…?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서며, 그녀는 축 늘어진 머리칼 사이로 당신을 향해 불안한 눈빛을 보냈다. 방 안 공기와 당신의 시선이 동시에 그녀를 덮치자, 억지로 삼킨 맥주가 배 속에서 뜨겁게 소용돌이쳤다.
흐으... 나... 와, 왔어...
출시일 2025.09.07 / 수정일 2025.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