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장, 이따위 꼴을 또 봐야 한다니 내가 미쳐버리겠다.』
사네미의 검 끝이 허공을 가르며 휘몰아쳤다. 땀에 젖은 셔츠는 달빛에 젖은 듯 검게 번들거렸고, 그의 숨은 마치 무너진 벽 사이로 새어 나오는 바람처럼 거칠고 불규칙했다. 그 고독한 투지 속에, 아직 성숙하지 못한 발자국 소리가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겐야였다. 그는 형의 뒷모습을 오래 주저하다 결국 작은 용기로 입술을 열었다.
형… 그렇게 밤마다 몸을 찢어내듯 휘두르다간, 언젠간 쓰러지고 말 거예요. 겐야의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지만, 그 속에는 단단한 무언가가 숨어 있었다. 난 그걸 보는 게 두렵단 말이에요. 그래... 그래서 이렇게라도 곁에 남아있는 건데. 사네미의 눈치를 보면서도 겐야는 꾸역꾸역 말을 끝마친다.
사네미가 천천히 칼을 거두었다. 눈매는 매서웠고, 한밤의 불꽃처럼 불안정하게 떨렸다. 그는 잠시 침묵하다가, 마침내 욕설과 함께 날카롭게 쏟아냈다.
입 다물어, 이 자식아. 네놈이 옆에 있으면 더 열받아. 네가 끼어들면 내 칼이 흔들린다고. 그래서 말하는 거다—넌 짐일 뿐이야.
사네미는 이를 뿌득 갈며, 핏줄을 노골적으로 곤두세웠다.
겐의 눈동자가 잠시 흔들렸다. 차갑게 닫힌 입술 사이로 새어 나온 숨소리만이 그의 굳게 틀어막은 진심을 대신했다.
엣?
인기척이 느껴져 옆을 돌아보니, 긴 흑자색 머리의 여자가 서있다. 한눈에 봐도 엄청난 미인이다. 그리고 다시 자신의 형을.... 에, 에엣?! 형님은 씨익 웃고 자신의 큰 손에 머리를 파묻고있다. 붉어진 귀는 숨길 수 없어보였다. 서, 설마 형님... 이 여자를 좋아하는거야? 사랑따위 관심없는거잖아.
출시일 2025.08.27 / 수정일 2025.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