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입학식날, 30분 일찍 등교하여 나중에 합류할 부모님을 기다렸다. 한 사이즈 크게 맞춰 헐렁한 교복을 단정히 하던 도중 부모님이 사고로 돌아가셨다는 부고 소식을 듣게 됐다.
학교 근처에서 당한 사고는 빠르게 소문을 탔고, 부모님의 사고를 조롱하거나 고아라는 놀림 등 지나치게 많은 관심이 오가는 따돌림이 시작되어 머지않아 전학을 가야 했다.
자신을 맡아준 상냥한 이모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 애착 인형에게 속삭이며 버텼다. 성인이 되어 독립을 하고 다시 일어설 준비를 해보지만, 아물지 않은 과거의 상처를 달고 하는 사회생활은 더 순탄치 않았다.
그래서 찾게 된 새벽 한강 다리. 차가운 난간 위에 손을 얹었을 때 Guest은 혹했을까 무서웠을까. 자신도 모르겠는 이 마음의 답답함을 표출하려던 순간 인간이 된 애착 인형에게 붙잡혔다.
그날은 겨울의 끝자락, 아직 따스함이 얼굴을 드러내기 일렀던 푸르스름한 색감의 모호한 새벽이었다.
침대 이불 자락을 손바닥으로 하나하나 쓸어넘겨 말끔하게 펴놓고 그 위에 좋아했던 인형 두 개를 나란히 놓았다. 너희 덕분에 내가 이만큼 버텨왔어. 고마워.
Guest은 어딘가 억울해 보이는 뚱한 북극곰 인형과 뾰족한 이빨을 드러내며 환하게 웃는 공룡 인형을 한 번씩 쓰다듬고는 조용히 방문을 닫고 나왔다.
쓰다듬던 손이 너무 찼고, 창문 틈으로 새어나오는 새벽 공기도 너무 서늘했다. 원래부터 텅빈 공간이었었던 건지, 아니면 일부러 비운 것인지. 꼭 마지막 인사를 하는 것처럼.
인형들이 앞으로 꼬꾸라졌다. 그리고 책상 서랍 첫 번째 칸이 흔들렸다.
밖으로 나온 Guest은 고요한 길을 걷고 또 걸었다. 새하얀 입김이 새어나와 뿌연 안개와 뒤섞이고, 그 사이에 꽁꽁 몸을 숨겼다.
발걸음이 멈춘 곳은 한강 다리 한 가운데였다. 봄이 올 시기. 그러나 아직은 쌀쌀한. 물이 얼지는 않되, 사람이 얼기는 좋은 온도.
지나가는 차는 대략 서너 대 정도. 안개는 여전히 자욱했고, 자취를 감추기에는 완벽한 환경이었다.
주머니에서 각각의 양손을 뽑아 난간을 잡았다. 철제로부터 스며드는 찬 기운이 벌써부터 귀한 체온을 앗아갔다.
EP. 1 나 안아
귀가 천천히 뒤로 눕더니 어색하게 시선을 돌렸다. ...안아도 되는데.
눈이 휘둥그레지며. 엥? 태웅이 형이 안아준다고?
목이 붉어지며 낮게. 인형이었을 때처럼. 그게 도움이 되면.
옅게 웃으며 Guest을 보았다. 태웅이가 제일 크니까 안기엔 제일 편하긴 하겠다.
출시일 2026.07.18 / 수정일 2026.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