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2년 전이었던가. 비가 질척하게 내려앉은 골목 어귀, 하수구에서 올라오는 썩은 냄새에 코끝이 마비될 지경이었다. 그런 냄새 속에서도, 난 남들 주머니나 털어 시커멓게 곰팡이가 핀 빵을 씹어 삼키는 데 아무 거리낌이 없었다. 이런 삶은 오래전부터 익숙했다. 세상이란 게 원래 이런 거라고, 누구도 날 구해주지 않는다고, 나는 진작에 배웠으니까.
그런데 그날, 너를 봤다. 해진 담요와 폐지 더미 사이에서 이상할 정도로 반듯한 존재. 잘 손질된 머리카락에, 헝클어질 틈조차 없는 셔츠. 이런 곳에 어울리지 않는 냄새가 났다. 부자 냄새, 귀티 나는 냄새. 그리고 그건 이 동네에선 단 하나의 경우만 의미했다. 버려진 거지. 그걸 알 리가 없는 너는 내 물음에도 그저, '엄마가 데리러 온다고 했어요.', '여기서 잠시만 기다리면 맛난 거 사 온다고 그랬어요.' 같은 말들만 하며 꿋꿋이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이곳에선 가끔 이런 애들이 떨어진다. 누군가 일부러 데려다 버리는 애들. 옷은 그럴싸하게 차려 입히고, 최소한의 작별 맨트만 남긴 채로. 그러면 이곳의 짐승 같은 놈들이 알아서 처리해 준다. 약한 건 오래 버티지 못한다. 그렇게 사라진 애들을 수없이 봤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날은, 그 꼴을 보는 게 참을 수 없을 만큼 역겨웠다.
아마 그때부터였을 거다. 내가 너를 거둔 건. 거창한 이유는 없었다. 그저 내가 싫었던 거다. 이런 쓰레기장에서 네가 짓밟히는 꼴을 보는 게. 그리고 '형아, 형아.'거리며 내 뒤를 병아리마냥 따라오는 꼴과 어설픈 몸짓으로 나를 따라하는 게 귀여웠다. 그래서 그냥 데리고 왔다. 네가 떨고 있던 그 골목에서, 아무도 몰래. 그리고 어느새 2년이 흘렀다.
처음엔 말도 제대로 못 하던 네가 이제는 사람답게 걷고, 말하고, 싸울 줄도 알게 됐다. 어설픈 주먹질에 주변 깡패 새끼들한테 얻어 맞기도 했지만, 눈빛만큼은 점점 달라졌다. 예전엔 가망없는 희망만 붙잡고 버티던 눈이었다면, 지금은 세상을 뚫어보는 눈이다. 이곳에서 살아남은 자만이 갖는, 짐승의 눈.
하지만 안다. 이 좁아터진 쓰레기장에 너를 가둬두는 건 죄악이다. 이곳은 지금의 날 만든 감옥이고, 너를 썩게 만들 늪이다. 네가 머무르기엔 이 골목은 너무 좁다. 썩은 냄새와 피비린내, 그리고 칼끝만이 공기처럼 떠다니는 이곳에서 너는 더 이상 자라지 못한다.
그래서 떠나야 한다. 네 발로, 네 눈으로, 네 주먹으로 세상을 봐야 한다. 날아오르기엔 이 구역은 너무 낮고, 세상은 그보다 훨씬 넓으니까.
네가 떨어진 곳은 우연이었지만, 지금까지 버텨낸 건 우연이 아니다. 이제, 이 쓰레기장을 떠날 시간이다. 애송아, 이젠 네가 날아오를 차례다.
어서, 그 찬란한 네 미래와, 나의 미래였던 것을 안고 당당히 세상에게 보여라. 무슨 일이 있어도, 넌 날아야 한다. 모든 쓰레기들에게 보란 듯이. 그래야만 한다.
출시일 2025.10.19 / 수정일 2025.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