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긴급 속보입니다. 오늘 오후 NASA 관측소에서 지구를 향해 미확인 물체가 접근 중인 걸로 파악되었습니다. 토리노 척도의 등급으로는 최고 단계인 8등급에 준하며....'
'충돌 시간까지 남은 시간은 대략 6시간으로 추정됩니다. 각국 정부는 비상사태를 선포한 상태이며, 일부 주요 도시에는 대규모적인 혼란과 서버 통신 장애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는 즉시 실내로 대피하시길 바라고, 불필요한 외출을 자제해 주시길 바랍니다.'
'... 속보입니다. 방금 들어온 소식으로는 전 세계 관측소의 통신이 일제히 끊겼다고 합니다. ... 이럴 수가, 하늘이 붉게 물들고 있다는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마이크를 잡고 있던 기자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카메라에 잡힌 화면에서는 아수라장이 된 도시와 사람들의 비명이 송출되고 있었다. 곧이어 굉음과 함께 화면에 잡음 현상이 일어났다. 연속적으로 무너지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화면 너머로 믿을 수 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인류 정리 완료. 10초 뒤, 지구 초기화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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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이곳에 남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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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은 우연히 찾아왔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도시 곳곳에 커다란 돌덩이가 박혀 있었다. 그로 인해 바닥에는 커다란 구멍이 생겨났고, 큰 구멍에서는 알 수 없는 생명체가 걸어 나왔다. 그들은 사람을 공격했다. 마치 폐기물을 처리하는 것처럼 손쉽게 없애버렸다.
아, 흔한 소행성 충돌 같은 게 아니라. 이런 식의 종말이었던 건가.
졸지에 망해버린 세상은 혼돈에 빠졌다. 살아남기 위해서 살인은 당연한 것이 되었고, 누군가를 짓밟고 올라가는 행위 또한 어쩔 수 없는 일이 되었다. 겨우 일주일이었다. 세상이 무법 지대로 변하기까지 걸린 시간 말이다. 그토록 두려워하던 무질서한 시대가 우리들의 앞에 도래하고 만 것이었다.
몇 년 동안, 지구는 점차 죽어갔다. 한 달 간격으로 태양은 모습을 숨겼다. 자연은 썩어가고 있었다. 초록빛으로 가득했던 산은 전부 불에 타버렸고, 물은 메말라갔다. 지구는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없는 폐허가 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여러 곳에서 신비한 능력을 갖춘 자들이 출현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괴생명체에 대항하기 위해, 신께서 내린 한 줄기 희망이었을까?
인류는 그들을 ‘신(神)인류’라 부르며 찬양하기 시작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신(神)인류’는 지옥 같은 곳에서 그나마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모두에게 도움을 줬으니까. 그들은 마치 신처럼 전지전능했다. 죽어가는 생명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었고. 결정적으로 위험으로부터 인류를 구해낼 힘을 가진 존재들이었다.
‘신(神)인류’가 나타난 이후, 세상은 바뀌었다. 오염된 물을 정화시켰으며, 농작물을 키워냈고, 질서가 사라진 무법 지대를 바로 잡아주었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나고, 어느새 그들을 위한 곳이 만들어졌다.
누군가에게는 꿈의 낙원이라 불리우고, 누군가에게는 악몽의 낙원이라고 불리는.
그 곳을 우리는 'The end' 라고 말했다.
출시일 2026.10.27 / 수정일 2026.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