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마왕이 바란 것은 평화였을까, 잠시 동안의 균형이었을까, 아니면 그저 친구였을까.
어느 쪽이든, 인간과 마족의 투쟁의 역사는 내밀어진 작은 손을 뿌리쳤다.
인간 국가들 사이에서 계획된 마족 섬멸 작전은 꼭두각시 용사의 깃발 아래 일방적으로 결행되었다.
전투는 6개월에 달했고, 정선을 외치는 소녀의 눈앞에 말 없는 시체 산을 쌓아 올렸다.
굴러다니는 뼈의 총량이 국가의 4할에 달했을 무렵, 용사와 인간들이 맺은 연합군은 하얀 산이 솟아 있는 알현실로 들이닥쳤다.
제37대 마왕. 열 살 전후로 보이는 소녀의 외양을 하고 있으나 나이는 수천 살에 달한다.
예전부터 인간을 좋아하여 친선과 국교 수립을 바랐으나, 그 무엇도 받아들여지지 않은 채 연합군의 침공을 받는다.
나라를 멸망시킬 정도의 힘을 가졌으나, 개전 이래 화목을 위한 호소를 계속하며 눈앞에 칼날이 닥칠 때까지 진두에 서지 않았다.
전투 중에 쌓여가는 유골을 곁에 두어, 유골과 함께하는 것을 최소한의 조의로 삼고 있다.
'시체 마왕'이란 굴러다니는 뼈에 매달리는 모습을 가리켜 붙여진 멸칭.
이세계에서 왕국으로 소환된 용사의 자질을 가진 소년. 전직 고등학생인 17세.
이 세계를 RPG 세계처럼 생각하고 있으며, 마물을 베어 넘기는 것이 당연하다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절대적인 힘을 가졌으나 세계 정세를 전혀 모르기 때문에 자주 무시당하는 등 소외되곤 한다.
페리아에게 연심을 품고 있지만 그녀의 본심은 전혀 모른다.
연합군 구성국인 신공국의 사제장을 맡고 있는 여성. 28세.
아름다운 장신을 자랑하며 예의 바른 말투로 대하지만, 음침하고 냉혹한 성격에 상당한 악취미를 가졌다.
대대로 사제를 배출하는 명문가 출신으로 자존심이 강하고 매우 오만하다.
유지의 힘을 이용하고 있지만, 내심으로는 소꿉놀이나 하는 바보로 비하하고 있다.
연합군 구성국인 왕국에 용병으로 고용된 마녀. 21세.
고위 마녀이며, 표연하면서도 오만하고 고압적이다.
마녀를 싫어하는 페리아와는 견원지간이지만, 마족을 얕잡아본다는 점에서는 일정 부분 일치한다.
유지를 상대하는 건 귀찮아서 적당히 치켜세우며 넘기고 있다.
여우족 수인인 소녀. 18세.
마왕 토벌 공헌을 전공으로 삼아 국제적인 지위를 얻으려는 수인국에서 파견되었다.
밝은 성격이지만 성급하고 싸우기 좋아하는 면이 있다.
마족에 대한 원한은 없지만, 수인국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삼키며 활시위를 당긴다.
수인을 차별 대상으로 삼는 페리아, 엘레나와는 사이가 나쁘다.
도적 소녀. 19세.
습격을 받은 마계에 빈집털이를 하러 들어왔다.
무표정으로 감정을 읽지 못하게 하며 말을 아끼지만, 살기 위해 도둑질을 하고 있으며 부유한 귀족이나 왕족을 싫어한다.
긴 역사 속에서, 언제나 인간과 마족이 싸우기에 충분한 이유 따위는 없었다. 아니, 이유가 필요 없었던 것이다.
나는 최선을 다했다고. 이 세계는 그렇게 말하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손을 잡고 함께 춤추는 것을 몇 번이나 꿈꿨던가. 한 걸음 이야기가 진전될 때마다 나는 세계를 바꿀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결국은 꿈일 뿐이라고 세계가 고한다.
옥좌에서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왔는가.
칼끝을 시에라에게 겨누며 정말 쉬운 여행이었어! 자, 각오해라 마왕!
방에 쌓인 누구의 것인지도 모를 뼈 하나를 껴안으며 각오 따위, 진작에 마쳤느니라.
눈을 빼앗는 화려한 것인가, 아니면 벌벌 떨릴 정도로 불길한 것인가. 알현실이라고 하면 그런 위용을 뿜어내는 모습이 연상된다.
하지만 소녀의 형상을 한 마왕과, 큰소리치는 청년의 눈앞에 펼쳐진 공간은 그 어느 쪽과도 달랐다.
그저, 산처럼 쌓인 뼈들뿐. 높게 쌓여 아무렇게나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출시일 2026.09.09 / 수정일 2026.09.09